[기고/박영범]근로시간 줄여 일자리 만들자

  • 동아일보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정부가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관행을 바꾸고 일자리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 초과근로는 12시간까지 가능하다. 휴일근로는 초과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토·일요일 각각 8시간 근무를 한다고 해도 이는 초과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법적 허점이 있다. 한 주 68시간을 일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니다. 정부가 장시간 근로의 원인을 제공하는 이런 부분을 고쳐 휴일근로를 초과근로에 포함시킬 모양이다. 운수업 등 12개 업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예외의 적용을 받아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데 이런 업종의 수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1시간(2010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장시간 근로관행은 높은 산업 재해율로 이어질 수 있고, 개인의 삶과 가정의 희생을 요구한다. 또한 근로자의 능력 개발 부족 등으로 노동생산성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로 미국의 43.8%, 일본의 65.7%다. 일은 오래하지만 노동생산성은 낮은 것이다.

장시간 근로의 개선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된다. 지난해 정부는 500여 개 장시간 근로사업장을 점검해 근로시간 위반 사업장 4000여 개를 적발했고, 시정 과정에서 근로자 5000여 명이 신규 채용됐다고 한다.

2010년 8월 노사정은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한 원칙에 동의하지만 도입 방법에는 견해차가 크다. 노동계는 정부 방침을 즉각 실시할 것을 주장하면서도 근로자의 임금 삭감은 안 된다고 한다. 신규 채용을 꺼리는 경영계는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노사 간의 이견은 상호 이해와 양보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생산성을 높인다면 임금 보전이 가능하다. 장시간 근로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사라져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노사정이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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