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보수의 실망 투매 부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이 당 로고와 상징색을 바꾸면서 없애버렸던 파란색을 이틀 만에 슬그머니 복원했다. 당 로고에 빨간색만 있고 보수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지운 데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느라 치밀한 사전점검 없이 옛 한나라당의 상징을 지우는 데 급급했다. 박 위원장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주공화당이라는 당명을 정할 때 네 차례 투표를 거친 것과 비교된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지 56일째를 맞는다. 당명을 바꾸고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인상이다. 야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투쟁 앞에선 주눅이 들고, 아침 무상급식 검토 등 설익은 ‘좌(左)클릭’ 정책 베끼기가 기승을 부린다.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의 ‘점령군’ 행세는 당의 통합을 해치고 있다. 통합의 대의를 내걸고 뭉치려는 범야권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안 원장이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띄운다. 안 원장을 야권에 묶어 두어 전체 지지도를 키우는 효과를 노린 듯하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박 위원장 이외의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김 비대위원은 “안철수가 장사꾼인데 시들어가는 당에 오겠느냐”며 오히려 재를 뿌린다.

대선은 장기 레이스다. 험난한 파도가 어디로 몰아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야 한다. 박 위원장이 여권 내에서 가장 앞서는 대선후보라고 해도 주변에 받쳐주는 부력(浮力)이 존재해야만 높이 뜰 수 있다. 당내 비주류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이재오 의원은 물론이고 재야 보수우파 세력과도 수시로 만나며 외연을 넓혀나가야 한다. 새누리당에는 지금 윗선의 눈치만 살피는 관료적 행태가 판을 치는 분위기다. 당 주류가 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안이함도 무기력증을 부채질한다.

보수우파 내부에선 범야권 통합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세력까지 포함된 좌파정권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보수우파 세력을 한 울타리 안에 모으지 못한 채 갈가리 찢겨진 모습에 자포자기하거나 실망 투매(投賣)하는 지지층도 적지 않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 성향 유권자를 잡아야 하겠지만 그러다 지지층이 분열되면 모래 위 누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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