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득 ‘개인 돈 8억 원’이 왜 여비서 계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검찰이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의 박배수 보좌관 뇌물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비서 임모 씨 계좌에 지난 2년 동안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8억여 원이 입금된 사실이 지난해 12월 확인됐다. 검찰은 돈의 출처와 성격을 밝혀내기 위해 임 씨와 구속된 박 보좌관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 의원은 검찰 수사가 조여 오자 최근 검찰에 8억여 원이 “모두 내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소명서를 제출해 진위가 주목된다.

검찰 수사를 통해 여비서 임 씨의 계좌에는 이 의원 사무실 운영비를 넣어두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계좌에서 보좌관과 운전사, 친인척, 이 의원 부인의 운전사 등에게 정기적으로 돈이 지출됐고 신문구독료 등 잡비와 명절 선물구입비도 빠져나갔다. 문제의 핵심은 2년 동안 여비서 계좌에 들어간 8억여 원이라는 거액의 출처일 것이다. 2년 동안 8억여 원이라면 월평균 3300만 원이 넘는다. 이 의원이 매달 각종 수당을 포함해 받는 세비의 3배나 된다. 이 정권에서 이 의원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추어 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돈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검찰은 8억여 원에 대한 계좌 추적 과정에서 임 씨의 주장과 다른 정황도 포착했다. 이 의원은 박 보좌관이 검찰 수사 무마 등 청탁 명목으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 등에게서 받은 10억여 원과 관련해 이미 검찰 소환 대상에 올라 있다. 이 의원은 전혀 모르는 돈이라고 주장하지만 비서들이 돈 세탁까지 한 만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이 의원은 검찰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8억여 원의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의원이 소명서를 제출한 것은 수사가 자신에게 뻗어오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8억여 원은 모두 내 개인 돈’이라면서도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검찰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검찰도 이 의원이 현직 대통령의 형이라는 사실 때문에 소명서만 받고 수사를 중단하거나 서면조사로 끝낸다면 많은 국민이 수사 결과를 미더워하지 않을 것이다. 원칙대로 수사를 해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요즘 검찰은 수사능력까지 불신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도 거리낌이 없다면 당당하게 검찰에 나가 돈의 출처를 소명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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