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 박지원도 남은 건 권력욕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뜨고,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無黨派)가 확대되는 현상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타격이다. 대안 세력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한나라당보다 더 낮다. 어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야권 통합이 민주당을 살리고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그제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이 주축인 시민통합당 측과 만나 통합 신당의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시민통합당을 주도하는 인사들을 보면 과거 민주당과 뿌리가 같아 참신함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의 당헌 당규에는 다른 정당과 통합하려면 당원들의 동의를 먼저 얻도록 돼 있다. 손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통합부터 서두른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어제 “앞으로 손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함께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손 대표의 행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손 대표에게 “민주당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라”면서도 “대의원들이 민주당을 지키는 통합을 결정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가 겉으로는 손 대표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당헌 당규를 존중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권 욕심에 손 대표에게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분이 했으면 좋겠고, 당 대표는 여러 가지 경험과 경륜, 그리고 투쟁 능력을 잘 어우를 수 있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권은 자신이 잡아야겠지만 대권을 손 대표에게 주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손 대표가 이런 의도에 끌려다닐 리 없다. 야권에서는 “손학규, 박지원이 권력욕에 눈이 멀어 서로 총질하다 둘 다 죽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국회 일은 제대로 챙기지 않고 당권과 대권 논의에 사활을 건다는 비난을 받았다. 시민통합당과 민주당이 어떤 비전을 공유하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승리에서 힘을 얻은 듯 그저 통합만이 승리라는 생각에서 무조건 뭉치고 보자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의 질적 성숙이 아니라 무작정 덩치를 키우고 보자는 양적 팽창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