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겨울 전력비상, 모든 국민에게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일보

1년 중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최대 전력(電力) 피크치’는 2008년까지 여름에 나타났다. 그러나 2009년부터는 전기 난방이 급증하는 겨울에 발생하고 있다. 올겨울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저온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돼 전력수급 사정이 그 어느 해보다 빠듯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은 올겨울 예비전력이 대부분 400만 kW 이하에 머물고 내년 1월에는 100만 kW를 밑도는 날도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겨울 전력비상이 발등의 불로 닥쳤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오늘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약 3개월을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기간으로 정하고 범(汎)국민적 절전(節電)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형 공장과 건물의 10% 절전, 백화점 호텔 난방온도 제한, 네온사인 조명 축소 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한다. 가정에서는 내복을 입고 실내 난방온도를 낮춰야 한다. 올해 3월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전력 공급이 격감한 일본은 국민과 기업이 정부의 강도 높은 절전 대책에 적극 동참해 여름 전력부족 위기를 이겨냈다.

한국은 전기 소비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대표적 국가다.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2005년보다 3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프랑스는 1.7%와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국과 일본은 오히려 5.1%와 1.9% 줄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높은 요인 외에도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와 한전은 산업용과 교육용 요금을 중심으로 오늘부터 전기료를 평균 4.5% 올렸다. 서민생활과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주택용, 전통시장용, 농사용 요금은 동결됐다. 올해 8월 평균 4.9%를 올린 데 이어 한 해 두 차례 전기료 인상은 이례적이지만 낮은 요금이 전기 낭비를 초래한 요인인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에너지의 가격 인센티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생산 원가와 실제 요금 사이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여름에는 냉방용, 겨울철에는 난방용 전기 사용이 늘어나 최대전력 피크치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급 능력을 적정 수준으로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생산원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가동을 줄이고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중심축으로 만들어야 전력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안전성 강화를 전제로 원전 건설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전 대란이 발생하면 가정 기업 국가가 모두 큰 피해를 본다. 모든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절전에 동참해 올겨울 전력비상 사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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