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국민신뢰 받는 인권위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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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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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인권위원회가 열 살이 됐다. 아직 성년이 되기에 많이 부족한 나이지만 그동안 인권위의 역할과 위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10년 전 설립 당시부터 인권위의 위상 내지 권한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인권위의 활동에 대한 찬반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인권위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권 문제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사안에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인권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당연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의 주체인 국민의 다수가 인권위를 불신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다수 국민이 인권위의 활동에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경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위인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인권위가 인권보호의 첨병으로 여러 역할을 해 왔던 점에 대한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만 제기하던 전·의경의 인권 문제, 군대 내 인권 문제,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 문제 등을 재조명한 것이나 외국인노동자 및 다문화가정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 관심과 주의를 일깨운 것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권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은 인권위의 활동이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있었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하에서 인권위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거나 현 정부하에서 정부의 인권 침해 문제에 전보다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인권위의 독립성 및 공정성에 불신을 야기했다.

이런 점은 현행 헌법하에서 신설된 헌법재판소와의 비교에서 잘 드러난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들의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교차하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사안 자체의 객관적 해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인권 보장에 기여한다는 인상을 주고, 국민의식 속에 인권 보호의 보루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과는 달리 인권위는 아직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한 것이다.

물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법률상 기관인 인권위의 권한과 활동방식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송을 통해 최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반면 인권위는 다른 국가기관들의 활동에 관해 권고할 수 있을 뿐이고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 설립 당시부터 그 문제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도 다양하게 제시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얻음으로써 다른 국가기관들이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곧 국민의 의사와 충돌하게 된다는 부담을 느끼게 만드는 것인데, 이 점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만일 국민이 인권위의 존재와 활동이 인권 보호의 필수적 요소라고 느끼고 있다면 현 정부에서 인권위의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권위의 존재 의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권위가 있어서 그동안 인권 상황이 개선된 부분도 적지 않고 국가기관들이 인권위를 의식하면서 인권 문제에 더 신경 쓰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인권위가 현재 상태에 머물지 않고 더욱 발전해 인권 보호의 진정한 보루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권위의 인력과 조직, 예산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의 제고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 가는 것임을 인권위 관계자들도 이제는 알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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