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30대, 386 선배를 넘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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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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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주필
배인준 주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20대부터 40대까지가 반여(反與) 성향이 강한 세대임을 확인시켰다. 작년 인구센서스 기준으로 19∼49세 유권자는 62%, 50세 이상 유권자는 38% 정도다. 세대별 투표 성향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도 유지되면 여권은 현재의 틀로는 절망적이다.

새 일자리 가로막는 고용 기득층

선거를 떠나 생각해본다면 20대, 30대, 40대를 2040으로 묶기에는 서로 다른 면이 적지 않다. 40대는 지난날 386으로 불렸던 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다. 이들의 10년 후배세대인 오늘의 30대는 397 같은 숫자를 부여받지 못했다.

2040 중에서도 반여 정서가 가장 강한 30대, 1970년대생들은 그 전의 모든 세대와 확연히 다른 축복받은 세대로 ‘신인류, X세대’라 불렸다. 풍요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는 첫 세대로 해외 배낭여행을 줄지어 나갔다. 교실에서 컴퓨터를 처음 사용한 세대로 e-폴리틱스에 맨 먼저 친숙해졌다.

1993년 동아일보 ‘신세대’ 시리즈를 들춰보면, “나는 나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돈다” “내게 맞지 않는 것은 틀렸다” “내가 잘 사는 게 정의다”라고 했던 세대였다. 하지만 이들은 선배인 386세대가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그렇게 외쳤던 감이 있다. 이들이 신문 대신 탐닉한 인터넷 포털, 인터넷 언론은 386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교조 교사로, 학원이나 대학 강사로 이들을 가르쳤던 것도 386이다. 지금의 30대는 문화적으로 386세대보다 개성이 강했지만 정치사회 의식은 386의 영향 아래 있었다. 주사파를 비롯한 좌파 386은 자신들의 정치이념을 대중문화에 녹여 당시 20대에게 주입한 흔적이 있다.

지금의 20대는 10대를 외환위기 경제난 속에서 보내 적응력이 강하고, 386은 외환위기 이전에 사회에 안착한 데 비해 30대는 막상 사회에 진출할 때 큰 좌절을 맛보았다. 1997, 98년 환란(換亂)에 이어 ‘고용 적은 성장 시대’가 덮치자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쉽지 않았다. 이런 고통은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안긴 것이 아니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미 심화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등장한 ‘88만원 세대론’은 이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압축한 것이다. 이미 유럽에는 ‘1000유로 세대’라는 말이 먼저 있었는데, 유럽 청년 실업률은 평균 실업률의 2배가 넘는다. 세계 80개국으로 번진 ‘분노 시위’의 원조 격인 올 5월 15일의 마드리드 도심 솔 광장 시위는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이 40%인 상황에서 터졌다.

서비스산업 규제 타파 요구해야

지금 우리 20대, 30대는 정부를 향한 분노만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풀 수 없음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국내 노조의 기득권이 워낙 철옹성 같아 정규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강성노조들이 자신들의 이익 확대를 위해 벌이는 정치적 투쟁에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자인 2030이 동조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서비스산업에서도 진입 규제만 확 풀면 ‘새로운 투자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수두룩하지만 일자리 기득권층은 자신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규제 해제를 한사코 거부한다. 20대, 30대는 그 뒷전에서 버림받고 방황한다.

장수시대인 데다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세태이다 보니 60, 70세 된 부모들도 늦게까지 재산을 지키려 한다. 부모세대는 일자리를 많이 만든 고도성장의 혜택을 보기도 했지만 40여 년 전 200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을 100배로 높인 자수성가(自手成家)시대의 주역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스페인처럼 과잉복지를 누리지 못했고, 오히려 자식을 결혼시킨 뒤 애프터서비스까지 하느라 허리가 휘었다.

30대가 가장 치열하게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은 MB도 부모도 아닌 386 선배세대일지 모른다. 386은 자신들이 30대일 때 정권을 창출했고, 신세대 문화와 디지털 정치를 설계했으며, 5060 이상으로 각 분야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30대는 ‘386 운동권 프레임’을 깨고 나와 386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줄 때가 됐다. 그런 소명의식에 눈떠야 한다.

정치는 빈부격차 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미래세대의 자원까지 마구 앞당겨 쓰고 그 빚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은 세대 간 정의(正義)에 반한다. 그렇게 하면 2040은 5070보다 훨씬 긴 세월 동안 훨씬 큰 고생을 해야 한다. 무상(無償)복지가 남발되면 중노년층은 혜택을 누리고 떠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40은 100세 이상 살 세대다. 결국 그리스나 스페인 짝이 나면 2040의 고통은 수십 년 연장되고 만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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