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성삼]교포 수험생 꼭 불러와 면접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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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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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삼 건국대 교수·교육학 전 국제교육진흥원장
오성삼 건국대 교수·교육학 전 국제교육진흥원장
대학 입시철이 다가오면서 과도한 전형료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해 4년제 대학들의 전형료 예상 수입은 무려 3000억 원이다. 오죽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형료 일부를 환불해 주는 법 규정마저 검토하겠는가.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수시와 정시 전형을 통해 대다수 수험생이 10여 개 대학에 지원하는 현행 대입 전형제도는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6월 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대학, 고교 포함)의 68.5%가 대입 전형의 횟수 제한에 찬성했다. 고교 응답자의 62.9%도 5회 제한에 찬성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대입 수시가 중복 지원을 조장해 학부모의 과다한 전형료 부담, 학생들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해외에서 우리나라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경우 중복 지원에 따른 부작용과 낭비적 요소의 폐해가 훨씬 심각하다. 해외에는 우리나라 교과부가 관여하고 있는 30여 개 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에 다니고 있는 1000여 명이 해마다 모국 대한민국의 대학에 지원한다. 한국에 연고자가 없는 경우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따라오게 되고, 학교별 진학 담당 교사도 가을학기에는 한국에 머물며 학생들의 진학 상담에 응하고 있다.

국내 수험생은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을 들으며 면접 당일만 결석하면 되지만 해외에서 지원한 학생들은 비싼 항공료 때문에 일정 기간 한국에 체류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해외 학교들의 경우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고, 학생들은 제대로 수업도 받지 못한 채 등록금(약 2500달러)을 납부하게 된다. 정작 큰 부담은 여름방학부터 시작되는 수시 전형으로부터 정시 전형이 끝나는 6개월 가까운 기간을 서울의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얻어 생활해야 하는 점이다. 해외동포 가정이 수험생 한 명을 국내 대학에 지원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항공료를 포함해 2000만∼3000만 원에 이른다.

대입 전형이 뭔가. 지원 학생의 입학 후 해당 대학 전공분야 학업 수행능력을 심사하는 과정 아닌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해외 대학이나 대학원에 지원하면 대부분의 해외 대학은 서류 전형만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왜 그렇게 못하는가. 우리도 외국 대학처럼 지원자의 성적 증명서와 한국어 능력, 교사추천서, 학업이수계획서만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가. 어째서 우리 대학은 해외 지원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면접장 출석만 고집하는 것인가.

한국 내 대학을 지원하는 해외 수험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해외 한국학교의 고 3학년 2학기 수업 결손과 파행적 학사 운영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부나 대교협이 나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해외 유수 대학들처럼 서류 전형만으로 입학 사정을 하고 면접이 꼭 필요하면 해외학교 단위 화상통화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엄청난 전형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국내 대학들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처럼 입학사정관을 현지에 파견해 면접하는 것은 어떤가. 해외 체류 학생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고비용 구조 면접은 지극히 대학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교육학 전 국제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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