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보훈처, 6·25 유족의 아픔 알고나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군인의 유족에게 국가보훈처가 5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사자의 목숨 값이 어찌 설렁탕 한 그릇 값도 안 된단 말인가. 유족의 행정심판 청구로 바로잡히긴 했지만 보훈처의 일 처리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보훈 가족 여러분을 섬기겠다’는 보훈처의 공식 구호가 무색하다.

1950년 11월 전사한 김모 씨(당시 18세)의 여동생은 오빠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2008년 12월 보훈처를 상대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김 씨의 여동생이 소송을 내 이기자 보훈처는 마지못해 보상금으로 50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의 사망 당시 계급에 근거한 군인사망급여금이 5만 환이어서 10환을 1원으로 바꾼 화폐교환 비율에 따라 5000원으로 환산했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지급 기준을 정하는 일은 국방부 소관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한다. 법 규정과 소관 사항 따지기에 급급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보훈처 결정에 대해 “위법 부당하다”고 판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김 씨의 여동생이 소송을 내고 행정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보훈처의 무신경과 무사안일이 그냥 덮였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슬람 무장 세력에 의해 5년간 억류 중인 자국 병사 1명을 구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출신 재소자 1000여 명을 내주는 포로 교환 협상에 최근 합의했다. 미국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반드시 유해를 찾아 나서고 최대한 예우를 해준다. 이스라엘이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대치 상태 속에서도 국가 존립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오늘날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사람들에게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해주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참전용사에 대한 보상 문제를 다루는 행태를 보면 보훈처가 과연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보훈처 공무원들이 그런 소명의식을 갖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제도가 잘못됐다면 고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도 보훈처가 할 일이다. 보훈처는 6·25 전사자의 유족들이 겪은 아픔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보훈처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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