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영리병원 문도 안 열었는데…” 유학생모집 과대광고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우경임 교육복지부
우경임 교육복지부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 생기는 것 아시죠? 거기서 일할 수 있습니다.”

헝가리 의대로 유학 갈 학생을 모집한다는 E유학컨설팅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답이다.

최근 이런 상술이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국에서 간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간호대학을 알선하는 U사, 체코 의대 유학생을 모집하는 B사 등 많은 유학컨설팅사가 영리병원을 내세워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 및 개정해서라도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세우겠다고 12일 발표했으니 이런 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사는 이달 안에 헝가리 의대 설명회를 두 차례 연다. E사 상담원은 “외국 의사면허가 국내에서도 인정되기 때문에 현지 의대를 나와도 바로 국내 병원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용지가 확보됐기 때문에 송도 영리병원이 곧 건립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자유구역 6곳에 외국 병원들이 앞다퉈 들어오면 한국인 의사 수요가 많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말이 사실일까.

사실 E사가 모집 중인 것은 헝가리 의대 입학이 아닌 예비과정(Pre-med)이다. 4개월에 980만 원, 6개월에 1280만 원의 학비가 든다. 생활비는 별도다. 이 과정을 끝내면 의대시험을 봐야 한다. 6년을 배워야 의사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의대 진학이 국내보다 수월하다고 쳐도 의사가 되기까지 밟는 과정은 국내와 비슷한 것이다.

영리병원 취업도 장담할 수 없다. 우선, 병원이 들어서지 않았다. 법적 뒷받침이 돼도 병원이 건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병원이 들어선 후에는 채용이 확 늘어날까.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SIH 컨소시엄은 병원 규모를 600병상 정도로 잡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낼 수 있는 고소득자 외에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사정을 모두 따져 보면 영리병원이 한국인 의사를 많이 채용할 것이란 업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갓 졸업한 의대생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 진출에 실패하면 헝가리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어떨까. 헝가리에서는 시민권이 없으면 의사 개업을 할 수 없다. 이래저래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국 의사면허에 도전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과대 광고에 현혹돼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이 있을까 봐 걱정이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