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대법원장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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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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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국회의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이 쟁점이 됐다. 헌법재판도 아닌, 후보자의 과거 대법관 시절 판결을 놓고 이념적 성향을 따지는 것이 다소 무리이긴 하지만 대법원장이 전국 법관 2500여 명의 인사 및 보직권과 대법관 전원에 대한 제청권을 지닌 만큼 이념적 성향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도 어렵다. 양 후보자는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24일 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했다. 이용훈 사법부는 법원 중심의 일륜(一輪)사법부를 주장하다가 검찰과 갈등을 빚었고, 일부 판사의 비상식적 판결을 통제하지 못해 불신을 초래했다. 양 후보자는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사법부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수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장 지명 때 1순위로 고려되는 것은 이념적 성향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자기 성향에 따라 지명했다고 해서 그 대법원장이 꼭 같은 성향을 따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3번이나 지낸 얼 워런을 보수주의자라 믿고 대법원장으로 지명했으나 정작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역사적으로 리버럴한 판결을 이끌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나중에 그의 지명을 “일생의 최대 실수”라고 말한 바 있다. 역시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은 은퇴한 워런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워런 버거 대법원장을 임명했다. 닉슨 대통령은 버거가 워런 시대의 선례를 뒤집어줄 것을 기대했으나 버거는 그 선례를 보다 확대했다.

▷양 후보자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요청 당시 이를 거부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존 뮤어 트레일로 산악도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나는 개인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격하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한다”고 말해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도 내비췄다. 이용훈 사법부에서 진보 성향의 ‘5형제’로 불린 박시환 이홍훈 김지형 김영란 전수안 대법관 가운데 남은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11월, 전수안 대법관이 내년 7월 퇴임한다. 양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통과한다면 당장 11월 대법관 제청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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