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당국, 외국자본의 생리 알고 대응해야

  • 동아일보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온다’는 말도 있듯이 금융당국은 시장이 불안정할 때 외국 자본의 시각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일본 노무라금융투자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악의 경우 2.5%로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4% 이상으로 예상하는 것과 큰 차이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아시아 8개국 중 자금조달 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했다. 이들의 보고서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전달돼 한국 주식을 처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보고서 작성에 유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을 금세 바꿀 것 같지도 않다.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에 주재하는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책임자들을 만나 취재한 결과 이들의 조언에는 일리가 있었다. 마이클 체임버스 CLSA 대표는 “한국 정부는 위기가 닥치면 말을 많이 한다. 그보다는 침착하게 목표에 맞춰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란을 줄인답시고 “경제의 펀더멘털(기본)은 좋다”는 말잔치를 벌이기보다 일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쓴소리다. 송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전무는 “한국 정부와 시장은 돈을 벌어 떠나는 외국자본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는 ‘돈을 번다’는 자본의 속성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국의 높은 대외 의존도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주목한다. 불안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먼저 치고나가는 보고서를 쓰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애널리스트 및 외국자본의 생리와 관심사, 이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면밀히 파악해 불안요소가 부풀려지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8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가라앉는 느낌’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보도하자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일도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활짝 열려 있어 글로벌 경제위기 때 외국자본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외국자본의 갑작스러운 이탈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외자 운용 측과 소통을 확대하고 잘 정리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평소에는 정책배경 설명도 없다가 야단칠 때만 우리를 부르고 툭하면 범법자 취급을 한다”는 외국계의 불평이 계속되면 한국에 유리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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