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고엽제 의혹 규명 제대로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조사해온 한미공동조사단이 어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기지 내에서 채취한 지하수와 인근 지역 토양 등을 한국과 미국이 각각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기지 내부의 수질조사 결과 고엽제의 주성분과 불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부 관정(管井)과 기지 외부 토양 조사에서 극미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그러나 조사단은 다이옥신의 양이 전국 토양의 평균 이하 수준이어서 고엽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 주한미군 병사 출신들이 33년 전인 1978년 캠프 캐럴에 근무할 당시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들어 있는 고엽제 드럼통 수백 개를 묻었다고 폭로한 지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폭로 내용의 진위가 가려지지 않아 답답하다. 고엽제 매립을 최초로 폭로한 스티브 하우스 씨가 최근 매립지로 지목한 지역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단은 이 지역에 대한 물리탐사와 기지 주변에 대한 수질 조사를 계속해 이달 말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한국 국민의 각별한 관심 사안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진상을 반드시 가려야 할 이유는 무엇보다 미군기지 영내 근무자들과 기지 주변 주민의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엽제 오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발암물질이 검출된 만큼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 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군 당국은 과거 효순 미선 양 사건 때 미군 측의 초기 부실 대응으로 인해 한미 동맹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효순 미선 양 사건은 미군 훈련 중에 발생한 불행한 사고를 한국 내 친북반미 세력이 한미 관계를 손상시키기 위해 어떻게 악용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진상 규명에 너무 시간이 소요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면 한미 양국이 아무리 과학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벌인다고 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은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해 고엽제 매립 의혹의 진실을 가리는 데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한국 정부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주저한다거나 소극적으로 조사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공동조사단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진상 조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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