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군사기밀 판 전직 공군참모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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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상태 씨가 군사기밀을 미국의 방위산업체에 팔아넘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건은 충격적입니다. 김 씨는 1982년부터 84년까지 공군참모총장을 지내고 대장으로 예편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1995년부터 무기 중개업을 해오면서 2004년부터 작년 초까지 20여건의 군사기밀을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김 씨와 함께 일하던 공군 예비역 2명도 함께 기소됐습니다.

공군참모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뭐가 아쉬워 무기 중개업에 손을 댔는지부터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연금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 지위에까지 오른 사람은 명예를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더구나 군사기밀까지 팔아넘겼다니,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김 씨는 무기 중개업을 하면서 2005년부터 2년간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장도 지냈습니다.

군사기밀 유출은 그 상대방이 적국이 아니라 동맹국이라도 간첩행위에 해당합니다. 미국은 1996년 미국 해군 정보국에 근무하던 한국계 로버트 김이 워싱턴에 주재하던 한국 무관에게 북한 잠수함의 행적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간첩죄를 적용해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 국무부에서 분석관으로 일하던 한국계 스티븐 김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미국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로 간첩죄가 적용돼 기소됐습니다.

이에 비하면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우리의 처벌은 지나치게 느슨합니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재판받은 사람이 50여명인데, 그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대부분이 군과 방위사업청의 군수 정보 작전 분야에서 근무하다 예편한 사람들입니다. 법원에서조차 군사기밀 유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군 전반에 걸쳐 기밀 유출 풍토가 만연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때나마 국가를 지킨다는 사명감과 보람에 충만했을 사람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는 군사기밀을 팔아넘긴다는 것은 서글픈 일입니다.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군사기밀을 생명처럼 귀중하게 여기는 군 종사자들의 각성도 필요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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