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우신]복지부의 안이한 ‘심근경색증 사망률 목표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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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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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보건복지부는 26일 심근경색증의 30일 이내 사망률을 9.6%(2007년 기준)에서 2015년까지 8.7%로 낮추겠다는 제2기(2011∼2015년)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7%까지 낮추겠다는 장기 목표도 밝혔다.

이에 앞서 5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심근경색증 사망률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심근경색증에 따른 사망률은 이미 7.45%였다. 복지부가 2015년 목표치로 잡은 8.7%보다 1.25%포인트 낮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복지부 발표가 혼란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달성한 수치보다 낮은 목표치를 잡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정부가 2007년 이후 심근경색증 사망률이 크게 떨어졌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복지부도 할 말이 있다. 복지부는 ‘OECD 인구표준화 작업’을 거치면 수치가 올라간다고 밝혔다. 심평원이 발표한 2007년 심근경색증 사망률은 9.25%인데, 이 작업을 거쳐 9.6%로 ‘공식화’됐다. 인구표준화 작업은 국가마다 인구의 연령별 비중이 다르므로 이를 표준화해 객관적으로 사망률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을 거치면 심평원이 발표한 2009년 사망률 7.45%가 더 높아질 것이란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심평원이 밝힌 2009년 사망률 7.45%를 OECD 기준에 맞춘 사망률은 올해 말에 발표된다. 그 수치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심평원 기준으로 2년 만에 9.25%에서 7.45%로 떨어진 만큼 인구표준화 작업을 거쳐도 사망률이 8% 내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OECD 평균(2007년 기준 7.7%)에 맞춘다는 생각에 9.6%와 7.7%의 중간치인 8.7%로 목표치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권역 뇌심혈관센터 설립, 응급실 평가 등 그동안 정부 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과학적 목표치’가 아니라는 고백인 셈이다.

국내 심근경색증 치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발전하는 의료 기술과 그간의 정책 효과를 근거로 도전적인 목표치를 잡았다면 국민의 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발표가 손쉽게 실적을 내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료계의 시선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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