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주한미군사령관의 깃발 3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4일 20시 00분


새로 임명된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이 어제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서먼 사령관은 취임일성으로 “한미동맹이 영속적 억제력을 갖도록 사력을 다할 것이며 억제가 실패하면 적의 숨통을 단숨에 끊을 전투력을 가진 강한 군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마련된 취임식장에는 한미 양국의 군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우리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잇따라 울려 퍼질 때 거수경례를 한 한미 장병들은 강한 연대감을 과시했다.

▷취임식에서 서먼 사령관은 3개의 깃발을 인계받았다. 한미연합사, 유엔사, 주한미군사령부 기(旗)였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한국 의장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한미연합사기를, 한미군사위원회(MCM) 미국 대표인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이 유엔사기를 건넸다.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 로버트 윌러드 제독은 주한미군사령부기를 전달했다. 서먼 사령관은 지휘권의 상징인 깃대를 굳세게 받아 쥐었다. 70여 m 떨어진 방청석에서도 한반도 안보책임을 다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 사령관 ‘모자’를 같이 쓰기 시작한 것은 1978년 11월부터다. 한미 양국군의 작전지휘 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유사시 일사불란한 작전통제를 하기 위해서였다. 북한 도발에 맞서 유엔의 무력사용 승인 없이도 즉각 대응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체제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미국을 향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미국이 이에 응해 양국은 전작권 한국 이양시기를 2012년 4월로 정했다. 그것을 2015년 12월로 연기한 것이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다.

▷이번에 물러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서먼 사령관은 “현재 한미연합 방위능력은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무력 충돌 시 확실히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식 마지막에 이들은 우리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힘껏 외쳤다. 하지만 2015년 12월의 전작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 이후 그려질 한반도 연합방위의 모습은 아직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한국과 미국 사령관 두 명의 지휘를 받게 될 한미연합사 대체조직이 한몸처럼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감이 있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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