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의진]학교폭력 도미노, 어디서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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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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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고교에서 훈계하던 교사를 학생이 폭행한 사건, 울산의 한 중학교에서 교복을 훔치도록 시켜 교사 상담을 받던 중학생 2명이 교복을 훔친 같은 반 친구를 보복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학교는 교사든 학생이든 서로 가리지 않고 폭행이 난무하는 장소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니 당사자 외에는 제대로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듯하다.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언어적 행동적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것이 폭력의 핵심 요소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다른 폭력보다 파급효과 면에서는 훨씬 위험하다.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배움의 현장에서 아직 인격이 성숙 중인 학생들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입을 다물지 않는다고 더 욕을 먹어야 한다면, 학교는 교도소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 학교폭력 피해자를 진료하면서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의 중병이라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결코 치료와 회복이 불가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심지어 외국으로 유학 간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후배 간 폭력이 드러나 학교에서 퇴학 조치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 우울증에 걸린 피해 유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한국의 학교폭력은 폭력성을 묵인하는 우리 문화의 한 단면임을 알 수 있다.

덮기에 급급한 교육당국의 무책임

현재까지의 정부 대책을 살펴보면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과 교사는 정신건강이 불량한 소수이므로 이들 개인의 문제를 학교 전체 문제로 확대해 대처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분명 학생들보다 지혜와 지식을 더 많이 가진 교사의 권위가 존중되어야 하며, 같은 학생들 사이에는 지위의 평등함과 교육 받는 사람으로서의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관계가 깨지고 학생이든 교사든 힘이 센 사람이 일방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완력을 휘둘러도 학교에서 쉬쉬하며 대충 무마한다면 학교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학생들을 모아놓고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당한 폭력을 묵인하는 재앙의 장소로 변해 버릴 수 있다. 우리 학교가 이렇게 끔찍한 상황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과 정부의 시각은 너무 안이하다. 학교는 학교대로 덮으려고만 하고 교육청은 적극적으로 조사 또는 시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실제 상황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정책만 남발하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우리는 매일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폭력 사건을 접하면서도 무덤덤한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실제 학교폭력의 당사자가 돼 보면 그때야 그 상황이 얼마나 억울하고 고통스러우며 무기력해지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동안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정책을 보면 주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방지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발생 시 학교 내 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중재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때리고 친구를 무차별 집단 구타하는 데까지 이른 현 상황을 중재하기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일부에서는 교사 체벌을 금지해 학생들의 폭력이 더 심해진 것처럼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교사가 학생에게 신체적 힘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학생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이며 오히려 학교폭력을 더 정당화할 수 있다. 폭력 행동은 쉽게 모방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 학교폭력의 도미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 걸까?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시시비비를 확실히 가려 피해자를 제대로 구제하고 가해자를 명확히 처벌하면 폭력은 발붙일 자리가 없어진다. 우리 상황은 평소 사회성이 떨어져 당했다거나 아이들끼리 화해하도록 하지 않고 학교에 문제를 삼는 부모의 성격이 나쁘다며 오히려 폭력 피해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이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폭력을 쉬쉬하거나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No School Bully(학교 따돌림 금지)’ 구호를 벽에 붙이고 친구의 몸에 손을 대면 불법이라는 교육을 매주 엄하게 시키고, 다른 친구를 떠미는 학생의 부모를 교장이 소환해 전문가 평가를 거쳐 치료하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경고하는 미국 교육당국의 엄격함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 폭력에 물들어서야

힘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곳에서 교육은 아예 불가능함을, 그리고 교육이란 정의를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일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과 교사들에게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심각한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당장 효율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을 만들어 우리의 미래가 폭력에 물들지 않게 해야 한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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