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새벽잠만 설치게 만든 물가대책 ‘반값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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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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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산업부 기자
임우선 산업부 기자
“정부의 ‘반값 한우’와 ‘통큰 치킨’이 뭐가 달라요? 언제는 대형마트가 미끼상품 건다고 지적하더니…. 정부 대책도 똑같네요.”(주부 김모 씨)

이번 주 반값 한우를 사기 위해 농협 하나로마트 용산점에 두 번이나 갔다는 주부 김 씨는 짜증이 단단히 나 있었다. 첫날 고기를 사지 못해 다음 날 오전 10시에 장을 보러갔는데 반값 한우는 구경도 못했다. 불고기용 한우 1근(600g)을 1만140원에 팔겠다니 주부들이 구름같이 몰려든 것.

반값 한우는 10일 정부의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삼겹살·한우값 안정 방안으로 나온 대책이다. 삼겹살 한 근(600g) 가격은 1만8000원에 육박하는데 한우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한우를 반값에 팔아 삼겹살 수요를 대체하고 한우 소비 촉진을 유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반값 한우는 11일부터 수도권 일대 28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당시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방안이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가 반영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17일, 서민들의 장보기 현장에서 정부 대책은 아무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반값 한우 판매처가 하나로마트에만 국한된 데다 물량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 용산점 관계자는 “매장이 8시에 문을 여는데 반값 한우를 사려는 손님이 오전 6시부터 줄 서 있다”며 “이런 풍경이 벌써 일주일째”라고 곤혹스러워했다. 하루 물량이 100kg으로 제한돼 있어 문을 열자마자 동이 난다는 것. 반값 한우를 구매할 수 있는 손님은 하루 7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삼겹살값도 떨어질 기미가 없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3대 대형마트는 삼겹살값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올렸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17일 현재 삼겹살값은 500g에 1만2564원으로 일주일 전 1만2272원보다 오히려 올랐다. 정부의 반값 한우를 두고 “물가대책이 아니라 ‘쇼’”라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반값 대책을 내놓은 10일 “앞으로 시장친화적이고 창의적인 정책 대안을 발굴해 효과가 기대대로 나타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반값 한우 매대는 비어 있고 삼겹살값은 계속 오르는, 그리고 하나로마트 앞에는 새벽잠을 설친 시민들이 줄을 서 있는 현장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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