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축구계 명예 걸고 ‘짜고 차는 축구’ 추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프로축구 K리그의 승부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개입한 선수는 12명에 이르렀다. 축구팀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수다. 전주(錢主)가 브로커에게 돈을 대면 브로커는 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고 전주 브로커 선수들이 베팅해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 이용됐다. 브로커 2명 가운데는 조직폭력배도 끼어 있었다.

검찰은 올해 4월 6일 벌어진 두 경기에 대해서만 승부조작 혹은 승부조작 시도를 밝혀냈다.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국내 축구계의 ‘승부조작설’을 제기했다가 징계를 받은 것이 1998년이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승부조작이 13년이 흘러서야 처음 밝혀졌다. 드러나지 않은 승부조작 경기는 더 많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승부조작이 발생한 종목의 경기단체는 스포츠토토의 수익금 분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이뤄진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언급이 없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받는 대한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팬들의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축구 종목 스포츠토토 발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스포츠토토 판매의 구조적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은 1인당 베팅 한도액을 1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브로커 등은 복권방을 개입시켜 1000만 원 이상의 고액을 한꺼번에 걸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런 편법이 스포츠토토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방치된 것이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와 팀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1915년과 1964년의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법적 처벌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는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탈리아가 2006년 세리에A 우승팀 유벤투스를 승부조작을 이유로 2부 리그로 강등시킨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축구는 한국인이 유달리 좋아하는 스포츠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기반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C U @ K리그(K리그에서 보자)’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가대표팀은 이달 들어 가나,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로 희망을 보여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이 9월로 다가왔다. 축구계는 명예를 걸고 ‘짜고 차는 축구’를 추방해야만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수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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