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중국의 4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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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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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荒=네 가지 가뭄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중국 창장(長江) 강 하류의 물 가뭄이 1951년 이후 60년 만에 최악이다. 50여 일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9일 현재 상하이(上海)와 장쑤(江蘇) 저장(浙江) 후난(湖南) 성 등 7개 지역 주민 3480만 명이 물 부족을 겪고 있다. 가뭄과 홍수 방지 등을 위해 창장 강 상류에 건설한 싼샤(三峽) 댐은 하루 평균 2억 t가량을 방류했지만 그나마 다음 달 10일 이전에 흘려보낼 물이 소진된다고 댐 관계자는 말했다.

중국은 지금 물 가뭄 못지않은 또 다른 세 가지 가뭄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이자를 100% 넘게 주고도 돈을 빌릴 수 없는 돈 가뭄(錢荒·전황), 7년래 최악의 전기 가뭄(電荒·전황), 인력 가뭄(用工荒·용공황)이다.

돈 가뭄은 통화 팽창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11차례, 이자율을 4차례 올리면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 활황으로 자금 수요는 많지만 대형 은행은 대출을 안전한 대기업과 공기업 위주로 하면서 높은 예대마진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특히 민간 중소기업은 엄청나게 높은 금리를 주고도 자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중국의 산업 구조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은 약진하고 민간 기업은 쇠퇴)’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전기 부족은 2004년 이후 가장 심한데다 본격적인 여름철 전기 성수기가 오기도 전에 나타난 것이 특징. 저장 장쑤 성 등 동부 연안 지역의 제한 송전으로 상당수 사업장 중 ‘사흘 일하고 하루 조업 중단(開三停一)’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물론이고 국제 원유가 급등과 중국 내 석탄 가격 9주째 급등세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다. 발전 지역과 전기 소비 지역 간 송전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에서는 물과 전기 부족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대대적인 원자력 발전 확충 계획이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큰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블랙홀 중국의 전력 가뭄은 에너지 수요 증가를 통해 가격을 올리는 등 세계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둥(廣東) 성 정부는 최근 부족한 인력이 약 12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저장 성과 상하이 등 동부 연안 지역의 많은 업체가 일손을 구할 수가 없다. 인력시장에는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온갖 우대 조치를 빼곡히 적은 ‘구인 피켓’을 든 사장님들이 줄지어 앉아서 근로자를 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인력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인구 구조가 점차 고령화하면서 젊은층이 줄어드는 중장기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경제활동 인구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14세 이하 인구의 비중이 지난해 16.6%로 2000년보다 6.29%포인트나 줄었다.

가뭄은 비가 한 번 흠뻑 내리면 해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돈 전기 인력 등 세 가지 가뭄은 세계 각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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