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이 국무회의 태업하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어제 열린 국무회의는 당초 예정보다 7분 이상 늦게 시작됐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된다. 과반수인 10명 이상이 참석해야 의사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어제는 개회시간인 오전 8시가 됐는데도 의사정족수에 1명 모자라는 9명의 국무위원만 나타났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뒤늦게 도착해서야 회의가 시작됐다.

장관 16명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유럽에 출장을 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3명과 국내에 있으면서 국무회의에 불참한 4명의 장관은 차관을 국무회의에 대신 출석시켰다. 국내에 있으면서 국무회의에 불참한 장관 4명의 사유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문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조찬 모임 참석,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방 행사 참석 때문에 불참했고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교통체증 때문이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조찬 특강이 불참 사유였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했어도 장관이 조찬 특강을 이유로 불참할 생각을 했겠는가.

대통령이나 총리 주재로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는 국가 주요정책과 예산결산안 및 법령 등을 심의 또는 의결하는 행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어제 국무회의 안건은 69건의 법률공포안과 8건의 차관회의 심의안건 등 모두 77건이나 됐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일 때 각료들이 평소보다 더 긴장해서 근무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장관들이 차관을 국무회의에 대신 보내거나 회의에 지각한 행태는 기강해이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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