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의 대변인 노릇 하는 카터가 부끄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어제 방북(訪北) 일정을 마치고 평양 순안공항으로 가다 숙소로 돌아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숙소로 간 카터 앞에서 이용호 외무성 부상은 김정일의 메시지라며 종이를 꺼내 읽었다. 하루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카터가 이끄는 대표단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선물을 드렸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카터를 선물을 바치기 위해 평양을 찾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런데도 카터는 어제 서울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카터는 “한국과 미국이 의도적으로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했다”며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자행해 지원이 중단된 사실은 제쳐두고 두 나라를 매도하는 궤변이다. 카터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리가 직접 통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간섭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1979년 미국 대통령으로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인권 개선을 촉구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스럽다.

오죽했으면 서울에서 ‘북한 민주화주간’ 행사를 하고 있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김정일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한국전쟁을 연장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을까.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로 카터의 방북을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카터가 밝힌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제의도 의심스럽다. 북한은 도발을 저지른 뒤 불리해지면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온다. 카터는 “핵실험과 무력도발은 잊어버리고 식량이나 달라”는 북한의 앵벌이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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