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헌진]中을 요괴로 만드는 진짜 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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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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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기자 지망 대학생들에게 ‘중국을 요마(妖魔·요망하고 간사스러운 마귀)로 만드는 것의 배후’라는 책은 필독서로 통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외신부 주임 출신이자 현재 칭화(淸華)대 교수인 리시광(李希光) 등 3명이 1996년에 내놓은 미국 언론의 중국 기사를 집중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거론된 ‘중국 요마화론’은 이후 중국 신문학 연구의 주요 흐름이 됐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방언론은 부패 인권 식품위생 티베트사태 파룬궁 달라이 라마 등 중국의 나쁜 면만을 ‘왜곡해’ 보도한다. 중국의 좋은 면을 보지 않고 억지로 흠만 잡는다는 것이다. 이론에 따르면 왜곡보도는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 탓이다.

하지만 일부 왜곡보도는 정치적 의도를 다분히 가졌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해 세계 제1의 대국으로서 우수한 제도와 문화로 서방을 대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곡보도의 배경에는 각국의 국가이익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의 우수성도 강조된다. 뉴욕타임스 CNN 르몽드 등 서방언론은 자본의 손아귀에 있어 자본의 특수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공산당이 운영하는 중국 언론은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고 역설한다.

중국이 외부 세계를 보는 틀은 이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달 초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인권상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정부가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중국 인권이 악화되고 있다고 거론하자 중국이 작심한 듯 맞받아쳤다. 중국은 미국의 선거는 돈 선거이고 미국에서는 인종과 종교 갈등, 범죄가 빈발한다고 날을 세웠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자신의 인권문제나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뜻이다.

중국은 나라마다 사정이 있는데 하나의 잣대로 간섭하지 말라고 비판한다. 더구나 자신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남의 나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는 그럴 듯하지만 자신을 포함해 누구라도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애써 무시하는 결함을 갖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각국은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독재정권을 지원해 왔다. 자국 내에서도 인권, 부패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이런 자국의 흠에 대한 내부비판의 목소리, 자성의 목소리가 끊긴 적이 없다.

중국은 다르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없다. 있더라도 탄압을 받는다. 국민의 눈과 입인 중국 언론은 정부 비판은 고사하고 외국에서 벌어지는 현안도 외면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 폴 포트의 크메르루주 정권이 벌인 대학살, 수단 다르푸르의 인종학살,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의 자국민 학살 등에 대해 중국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오늘도 이들을 중국의 국가이익에 중요한 공헌을 한 ‘중국의 오랜 벗’으로 칭송할 뿐이다.

중국 공산당은 “13억 명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만도 인류사에 대한 공헌”이라며 산적한 내부 과제로 남의 고통을 챙겨볼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체면을 위해 남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스스로의 고통은 어떻게 어루만지고 해결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 모든 판단을 왜 공산당이, 정부가 하는가? 판단은 중국의 주인인 중국 국민의 몫이다. 중국 언론은 사실을 그대로 알려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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