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한 노력 멈춰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정치자금법 개정 검토안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안에는 각 정당이 중앙당과 시도당의 후원회를 각각 두고, 법인과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이 통과되면 정치권이 기업의 돈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중앙선관위가 정당과 정치인들을 대신해 ‘정치권 돈줄 터주기’에 나서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과거 선거 때만 되면 기업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당에 거액을 줬다. 사업을 벌일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보험금 성격도 있었다. 정치권은 기업에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악폐를 막기 위해 나온 것이 기업과 단체의 정당 및 정치인 후원을 금지한 2004년 ‘오세훈 법’(현행 정치자금법의 모태)이다. 중앙선관위 안은 그 핵심 내용을 바꾸려는 것이다. 불과 7년 만에 정치 개혁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돈이 부족해 정치활동에 애로가 많다는 정치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우리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과 달리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불허하고 있지만 대신에 국가가 정당과 정치인에게 엄청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정당에는 분기마다 국고보조금, 선거 때는 선거보조금과 여성 및 장애인 추천 보조금을 준다. 국회의원들은 세비(歲費) 이외에 의정활동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경비와 사무실을 국고 지원으로 제공받는다. 7명이나 되는 보좌 인력의 인건비도 국가가 부담한다. 선거비용은 대부분 보전받고 연간 1억5000만 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개인 후원금 모금도 가능하다. 얼마 전부터는 국회의원들이 가족수당과 자녀학비 보조수당도 챙기고 있다. 정당은 당원에게서 당비도 받는다.

기업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가능하게 만들려는 것은 손쉽게, 그리고 더 많은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겠다는 속셈이다. 돈과 정치가 지나치게 결합되면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정치 선진화에도 역행한다. 정당과 정치인은 정치자금 현실화를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 ‘깨끗한 정치’에 앞장서고, ‘좋은 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낡은 정치관행과 정치문화를 바꿔 ‘돈 안 드는 정치’를 해주기를 대다수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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