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청자 할머니가 농사지으며 던진 나라 걱정

  • 동아일보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 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청자 할머니를 21일 충남 부여군 은산면 금공리 집으로 찾아갔을 때 할머니는 네 발 오토바이에 막 시동을 걸고 읍내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밤나무 가지를 칠 톱날을 갈러 간다고 했다. 윤 할머니는 “일이라도 해야 (죽은 자식) 생각이 덜 나지”라고 말했다. 칠순 노모는 그렇게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윤 할머니는 지난해 천안함 희생 46용사 영결식장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북한에 돈 주면 무기를 만들어서 국민 더 죽이는데 왜 퍼주냐”고 호통을 쳤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서신을 유엔에 보낸 참여연대를 찾아가서는 “북한이 안 죽였으면 누가 죽였냐”며 “모른다면 모른다고 하지 왜 서신을 보내느냐”고 항의했다. 그는 “내가 뭘 많이 배워 남을 혼내고 고칠 사람이 못되는데 그저 분하고 원통해서…”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에 평생 농사만 짓고 산 윤 할머니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모른다고 우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참여연대가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찾아갔던 그는 “젊은 사람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며 “많이 배워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이 하는 짓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강기갑 박지원 송영길 씨 등 몇몇 정치인 이름을 또박또박 거론하며 “결국 자기 자식 죽게 만드는 일을 하는 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윤 할머니는 아들을 잃고 받은 1억 원을 나라에 내놓았다. 이 돈으로 구입한 K6 중기관총 기증식이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기지에서 열린다. 나라가 돈을 더 쓰더라도 낡은 군함이나 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천안함의 비극은 윤 할머니가 더는 걱정하지 않도록 우리 국민의 안보관(觀)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젊은이들의 안보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더 그렇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6·25전쟁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고 응답한 초중고교생은 각각 전체의 57%, 64%, 74%에 그쳤다.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탓이 크다.

안보의식을 바로잡는 일은 학교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이자 북한이 언제 도발해 올지 모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안보상황에 놓여 있다. 설령 세계 모든 나라가 안보교육을 안 하더라도 우리는 해야 한다. 두 동강 난 천안함이 무엇을 말하는지, 꽃다운 청춘들이 왜 어떻게 산화(散華)했는지, 안보를 다지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절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도록 하는 교육과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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