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율 스님은 천성산 도롱뇽 알 보고 무슨 생각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2일 03시 00분


봄이 오는 경남 양산시 천성산 자연습지에서 도롱뇽 알들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KTX 천성산 터널이 완공돼 하루 50차례가량 고속열차가 드나들고 있지만 천성산 습지 군데군데 도롱뇽 알이 눈에 띈다는 양산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터널 공사가 끝난 지는 이미 3년이 지났고 고속열차가 다닌 지도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현재로서는 늪의 수량이 줄거나 열차 왕래로 진동이 심해 도롱뇽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몇 해 전 천성산 내원사에 거처하던 지율 스님이 터널 공사에 반대해 도롱뇽 살리기를 내걸고 오래 단식을 했다. 2003년 단식 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공사가 중단됐다. 2004년 그는 환경단체와 함께 낸 이른바 ‘도롱뇽 소송’ 1심에서 지자 다시 단식에 들어갔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수석이 찾아가 무릎 꿇고 사정해 겨우 단식을 풀었고 공사가 또 중단됐다. 2005년에는 100일간 단식을 벌여 장관 의원들이 줄줄이 찾아가 만류했다. 그 후 다시 한번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될 때마다 환경영향평가가 새로 실시됐고 그때마다 천성산 자연습지는 터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잦은 공사 중단으로 6개월간 공사가 지연됐다. KTX의 개통이 늦어짐으로써 부산 시민이 입은 사회경제적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발지상주의도 금물(禁物)이지만 환경근본주의도 위험하다. 지율 스님은 “산(천성산)이 울고 있다고 느꼈고, 산이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그래서 당연히 뭇 생명에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글을 썼다. 감성의 언어로 호소하는 것도 좋지만 과학적인 환경평가를 통해 내려진 결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도롱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번 봄에 천성산 습지를 찾아가 보기 바란다. 환경근본주의 같은 독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과 불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천성산 환경논쟁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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