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홍순 주교황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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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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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쯤 국내 천주교회에 ‘의미있는 변화’ 있을 것”

교수 출신으로 교황청대사에 임명됐던 한홍순 주교황청대사는 “내가 교황청대사
로 재임하는 중에 한국에 두 분의 추기경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교수 출신으로 교황청대사에 임명됐던 한홍순 주교황청대사는 “내가 교황청대사 로 재임하는 중에 한국에 두 분의 추기경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 천주교회에 올해 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말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한홍순 주교황청대사(68)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귀가 번쩍 뜨였다.

한국외국어대에서 36년간 봉직한 그는 이탈리아 그레고리안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1984년부터 임기 5년의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원을 여섯 번 연임했고 교황청과 전 세계 가톨릭교계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다. 2008년 11월에는 교황청 재무심의회 국제감사위원회 위원 5명 중 한 명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런 이력이 감안돼 지난해 6월 교황청대사로 전격 발탁됐다.

―올 12월 7일로 만 80세가 되는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 사퇴서를 제출한 지 오래다. 한국가톨릭교회의 변화가 예상되는데….

“사임이 허락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정 추기경님에 대한 교황청의 신뢰와 지지가 확고하다. 정 추기경님은 세계적인 교회법 학자이자 교회법 전체에 대한 해설서를 저술한 독보적 존재다. 참고로 김수환 추기경님은 만 76세 때인 1998년 교구장직 사직이 허가됐다. 천주교는 전통적으로 만 75세가 되기 직전, 현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바티칸에 공식 전달한다.”

―아시아의 중심 교회로 성장한 한국가톨릭교회의 위상에 걸맞게 정 추기경 외에 추기경 한 분이 더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당연하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신도가 50만 명에 불과한 일본천주교회에 한때 두 분의 추기경이 계셨다. 김 추기경께서는 생시에 교황청에 가실 때마다 한국에 추기경 한 분을 더 임명해 달라고 간청하셨다. 대사 임기가 통상 3년인데 내가 교황청대사로 재임하는 중에 정 추기경님을 포함해 한국에 두 분의 추기경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역대 교황청대사는 주로 직업외교관이 맡아왔다. 교수 출신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막중한 교황청대사로 임명됐나.

“‘교섭’을 받은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통보’를 받았다. 예수님을 태우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영광을 맞은 당나귀의 심경이었다. ‘순명(順命)’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수락했다.”

―한국과 교황청의 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대사 임명장을 받은 후 교황청에서 기왕이면 서울서 열리는 아시아가톨릭평신도대회를 치르고 오면 어떻겠느냐고 해 대통령께 양해를 구했더니 기꺼이 허락하셨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도 크게 만족스러워하셨다. 이로 인해 대사 부임이 3개월가량 늦춰졌다.”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교황을 알현했을 텐데 한국천주교회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한국천주교회의 발전과 평신도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치하가 있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하는 나라로 발전한 것을 높이 평가하시면서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셨다.”

―대사 부임 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일부 신부가 정 추기경을 공개 비난하고 신도들이 이를 강력 비판하는 등 분열이 있었다. 교황청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교황청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정 추기경님이 신중한 모습으로 슬기롭게 대처하신 것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대사와 기자는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후임 추기경 물망에 오를 수 있는 인사들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는 유력한 후보 중 한 분이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고 대사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 대사는 지난달 25일 재외공관장회의 폐막 후 귀임했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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