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통일 이끌 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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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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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통일을 이끌 만한 18대 대통령감이 보입니까?”

이명박 정부의 남은 2년, 다음 대통령 임기 5년을 합치면 7년이다. 심장병 뇌졸중 당뇨를 달고 있는 김정일의 진짜 나이는 오늘로 만 70세이다. 그가 숨은 쉰다 해도 북한이 비핵화·개혁개방 없이 깡패외교와 거지행각만으로 7년을 버티기는 어렵다. 중국도 북한을 통째로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어린 자식들을 양손에 붙잡고 사선을 넘는 아줌마 탈북자가 부쩍 늘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수년 내 갈림길에 설 한반도 역사

북한의 금후 7년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기간이다. 남쪽 5000만 국민과 북쪽 2400만 주민은 7년 안에 역사가 바뀌는 순간을 맞을 공산이 크다. 대한민국 지도자와 국민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장래가 달라질 것이다. 이 7년 사이에 자자손손의 운명까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내년 12월에 어떤 차기대통령을 만드느냐 하는 것은 민족의 사활이 걸린 일이다. 재료비가 2000원도 안 되는 점심을 재벌 손자한테까지 공짜로 주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일이 아니다.

급변이건 아니건 북한의 필연적 정권 변화는 대한민국에 기회요, 위기다. 자유민주 통일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통일은커녕 북한과 중국의 일체화를 막지 못하고 남한마저 동북공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통일은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을 깰 수 있는 최상의 길이다. 그러나 핵도 있고 미사일도 있는 북한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위기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한반도를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재작년 11월 별세한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는 생전에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절반을 중국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이 김정일 이후의 북한을 점령하지는 못한다 해도 새로운 친중(親中)체제가 뿌리를 내리면 한국은 그야말로 대륙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미국도 한국의 수호천사는 아니다. 더구나 예정대로 2015년 12월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넘겨받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통일 없는’ 한국의 안보는 끝없는 불안 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국운의 이런 갈림길을 내다보면서 통일비전을 숙성시키고, 통일전략을 가다듬으며, 통일헌법까지 구상하는 차기 지도자감이 지금 이 땅에 있는가. 통일외교는 어떻게 펼치고,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은 어떻게 이루며, 통일 전후의 안보와 경제는 어떻게 다질 것인지 잠 못 이루며 고뇌하는 지도자감이 있는가 말이다.

그랜드코리아 이룰 인물 찾아야

18대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과연 자유민주 그랜드코리아를 현실로 만들 리더십이 있는가. 통일을 위한 의지와 용기와 지혜와 책략과 실천력이 있는가. 북한 주민에게도 자유민주에 대한 희망과 남쪽 정부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방안이 있는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세계가 한반도의 자유민주 통일을 돕거나 적어도 방해는 않도록 설득할 자신이 있는가. 민족과 통일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주 통일을 훼방하는 친북·종북 세력에 단호히 대처하고 대한민국의 통일 컨센서스를 세계에 각인시킬 능력이 있는가. ‘비겁한 평화라도 좋다. 전쟁은 무조건 싫다’는 사람들에게 안보를 위한 동참과 희생까지 요구하고 설득할 준비가 돼있는가. 당신 스스로가 공북증(恐北症·북한공포증) 환자는 아닌가. 임기가 2년 열흘 남은 이 대통령에게도 같은 질문을 보낸다.

시대를 통찰하고 민족 통일을 이루어낼 예지(叡智)도, 역사의식도, 사명감도 없는 사람들이 그 무능을 숨기고 오로지 대통령직을 낚기 위해 복지사기(福祉詐欺)나 쳐대는 것을 분별하고 심판하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남미와 유럽의 숱한 나라가 재정을 거덜 내고 민생을 추락시킨 과잉복지를 후회하고 있다. 온 국민을 공짜로 먹여 살릴 듯이 무상(無償)을 외치는 것은 사기일 뿐 아니라 경제파탄으로 통일의 기회까지 날려버릴 반(反)국민 반민족 정치다. 각국이 무한경쟁 중이고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교육인데, 잘 가르치는 일은 팽개쳐놓고 무상급식 사기극이나 벌이는 정치로는 통일의 길을 닦을 수가 없다.

북한 대변(大變)의 한복판에 던져질 18대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일본 총리를 상대할 깜냥이 안 된다면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자유민주 그랜드코리아를 위한 리더십도, 비전도, 용기도, 설득력도 없는 ‘우물 안 개구리’ 정치인은 대통령의 꿈을 제발 접기 바란다. 국민이 안보에 무능하고 통일전략도 없는 대통령을 선택한다면 이는 ‘통한(痛恨)의 민주주의 실패’가 될 것이다. 결국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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