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기동]숭례문 화재 그 후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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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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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우리 국민 모두가 경악하고 슬픔에 잠겼던 숭례문 화재사건이 3주기가 되었다. 필자도 우리 민족 문화의 원류를 찾아 떠난 여행의 돌아오는 길목에서 하루를 쉬었던 이란 테헤란의 한 호텔에서 숭례문이 불타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는 금방 눈이 시뻘게졌다. 이 민족 누군들 그 장면을 보고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있었을까. 문화재청이 문화유산 지정 번호체계를 바꾸려고 하지만 국보 1호 숭례문은 사진으로, 실물로, 그리고 돈에 박힌 그림으로 우리의 문화 DNA에 포함돼 있는 우리 정신과 감성의 상징이다. 숭례문 화재 이후 우리는 많은 반성을 했고 문화유산 방재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3주년이 되는 해에 우리는 문화유산에 대한 각오가 또다시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의 대비책이 정말 잘되고 있는 것인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숭례문 화재사건은 우리에게 문화유산을 배우게 하는 엄청난 수업료였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나 이를 보전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반복해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화재 당시나 그 이후 우리가 느꼈던 절망감과 슬픔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떤 고대 건축물도 영원히 생생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 수 없다. 나무로 만든 것이건 돌로 만든 것이건 오랜 세월이 흐르면 쇠락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돌로 만든 경이적인 건축물인 룩소르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 페르세폴리스 궁전, 그 어느 것도 완전하지 못하다. 숭례문 같은 목조건축물은 더욱 보존이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은 우리 민족뿐 아니라 인류의 문화와 얼을 세대 간에 이어줄 운반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회는 이에 관심을 두고 보존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 세대를 외계인으로 만들기 싫다면 우리는 문화유산 보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러한 사명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불교사찰 문화재들은 특히 이런 재난에 취약하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일부 특히 귀중한 유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돼 있지만 많은 유산은 아직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문화유산 재난 대비 전문가들을 키워 하나씩 점검해 각 유산의 환경에 맞는 재난 대비방안을 강구하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이를 숙지하여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일상화해야 한다. 불교문화재뿐만 아니라 서원, 다른 건조물 문화유산, 전적유산 등 재난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문화유산의 보전은 재난 예방이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기 때문에 정책적인 비중을 더 높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재난은 거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난 대비책을 잘 강구했다 하더라도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재난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유의하지 않으면 재난은 항상 발생할 수 있고 아무리 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재난이 생기면 문화유산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감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의식 속에서 문화유산의 귀중함을 알고 재난 예방이 우선이라는 사고를 보편화하여야 한다. 이제는 이를 위한 실행효과가 높은 정책 방안을 개발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숭례문 복원을 결정했을 때 느꼈던 또 다른 우려 가운데 하나가 문화유산이 파괴되면 복원하면 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식을 불식하는 것도 문화유산의 근본적인 가치의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한다.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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