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은영]무대 위 가수보다 관객이 먼저 떠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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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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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영 동의과학대 교수
신은영 동의과학대 교수
얼마 전 가수 하춘화 씨의 50주년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의 재미가 상당했을 뿐 아니라 6세에 데뷔해 50주년을 맞이했다니 한국에도 이런 대형 가수가 있구나 싶어 뿌듯했다. 하 씨가 1960년대 데뷔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 불렀던 곡들은 6·25전쟁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한국인들을 보듬고 위로해줬다. 그 노래를 들으며 서독의 광원과 간호사, 생사를 넘나들던 베트남전의 용사, 열사의 중동 건설현장에서 힘들게 일했던 근로자까지 피로를 풀고 내일을 기약했을 것이다. 관객의 상당수는 그런 경제를 일군 나이 든 세대였다. 필자 역시 1960년대생으로 어릴 때부터 들어온 노래였기에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공연이 끝나가자 사회자는 마지막 공연이라 앙코르 박수에 따라 공연시간은 무한정 연장 가능하다고 했다. 공연 막바지 하 씨는 자신의 가수 인생 50년을 마감하는 노래 ‘외길 춘화’(이호섭 작곡)를 불렀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아쉬운 장면이 관람석에서 나왔다. 노래가 막 끝나고 청중의 박수가 쏟아져야 하는 순간, 관람석 앞줄에 앉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뜨는 게 아닌가. 한두 분이 일어서니까 너도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기 시작했다. 가수는 무대에서 인사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가수가 앙코르를 받기는커녕 관중이 떠나는 뒷모습을 쳐다봐야 했다. 2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노래한 가수에게 앙코르를 청할 여유가 없으면 가수가 무대를 떠날 때까지는 박수를 쳐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지금은 타계한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영국 런던에서 공연했을 때 앙코르로 수십 번 무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장에 가면 무대의 막이 내리고 청중의 앙코르 박수에 가수들이 몇 차례나 다시 나오고, 그래도 아쉬워 막이 수차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그런 문화와 비교하면 이날의 관람 매너는 아쉬움이 컸다. 부모님들 모셔다 효도 공연을 관람시켜 드리면서 “주차장이 혼잡하니까 공연 끝나면 바로 나오세요”라고 아들 며느리가 당부라도 했던 것일까.

한국의 공연문화가 한류 붐을 타고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프랑스 모 방송국이 한류문화 특집을 편성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가꾸는 첫걸음은 공연문화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길이다.

신은영 동의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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