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찬권]치밀한 北도발에 비상대비 강화를

  • 동아일보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은 경각심과 경계심을 고취하는 전기가 됐다. 북한은 한계설정전략에 따라 도발해도 남한이 대응조치를 못할 것이라고 보고, 또 설령 대응하더라도 그 수준과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치밀하게 계산해 행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국지 도발과 테러 같은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안보와 경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국방개혁과 군사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평시 자원관리와 훈련을 통해 전시에 큰 역할을 하는 비상 대비에 대한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평도 포격사건 때 주민생활 안정 대책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법과 규정이 없다는 타령을 하다 늑장조치로 불만을 초래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전쟁과 평상시로 이원화된 법령체계의 문제다. 비상 대비 관련 법이 평시법과 전시법(안)으로 나뉘어 있어 전시와 평시가 연계된 인적 물적 자원관리와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비상 대비를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규정한 개념은 한정적이어서 포괄적 안보개념과 부합하지 않는다. 비상 대비 개념을 전쟁은 물론이고 재난과 재해, 테러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해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가칭 ‘국가위기관리특별법’을 제정해 통합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조직 편성이 약하다. 중앙과 지방 사이 업무 협조 조직이 복잡할 뿐 아니라 비상계획관을 두고 있는 중앙부처와 달리 지자체는 비상 대비, 민방위, 재난, 재해 등을 계(係) 단위 또는 공무원 1명이 담당해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 지자체에 과(課)급 비상 대비 조직을 신설하고 비상계획관 제도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분산된 자원관리로 효율성이 낮다. 현재 자원관리 구조는 개별법에 따라 소관 부처별로 인적 물적 자원을 관리하고 비축하도록 돼 있다. 비상사태 때 효율적인 자원의 투입을 제한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2009년 비상대비자원관리법 개정으로 재난이 났을 때 전시 비축물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실효성은 의문시되고 있다. 가칭 ‘자원관리통합상황실’이 필요하다.

넷째, 분산된 훈련체제로 훈련 성과와 효율성이 낮다. 을지연습과 재난안전한국훈련, 민방위훈련 등은 소관 부처별로 유사하거나 중복된 내용을 서로 다른 기간에 실시해 인력과 예산의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각종 비상 대비 훈련을 묶어 가칭 ‘국가비상대비종합훈련’ 체제로 바꾸고 국가통제훈련을 연 1회 실시해 성과를 높이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공무원 사회에서 비상 대비는 소위 ‘3D’ 분야로 인식된다. 때문에 1, 2년 단위로 순환 보직인사를 실시하고 장기 전문교육기관과 과정이 부족해 전문인력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다. 국가비상대비교육원 같은 조직을 만들어 자격증을 주고 취업도 알선해야 한다.

비상 대비는 전쟁이 나지 않는 한 필요성을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평소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사후약방문의 과거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역사학자 카는 역사는 사실을 알려줄 뿐 교훈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와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남이 아닌 오로지 우리 국민 개개인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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