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가 북한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하고 무기를 제외한 군수품을 상호 지원하는 내용의 군사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은 이달 10, 11일 서울에서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한다. 두 협정은 양국 간의 사실상 첫 군사교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낮은 단계의 군사협력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군사적 역할에 대한 한국 국민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위기감을 안겨줬다. 일본은 한반도 상황이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이나 북한 정권의 붕괴 등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와 WMD의 위협에 대한 공통의 위기의식이 군사교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북-일 평양선언 이후 일본은 핵 문제와 납북 일본인, 국교정상화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실패하자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중국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대북 안보 문제를 미국과의 개별적 동맹관계에 주로 의존했다. 미국의 핵우산 및 미사일 방어체제의 보호막 아래 각각 들어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미, 미일 간 양자(兩者) 안보협력만으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따로 떼어놓고 한일 양국의 안보문제를 생각할 수 없다. 양국의 전략적 협력은 미국의 전략에도 부합한다. 한국으로서는 유사시 한반도에 증파될 미군의 주요 기지가 일본 내에 있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점점 중시되는 상황이다.
한국으로서는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일 동맹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북-중-러 전선을 형성하는 자극제가 된다면 한반도 안보 정세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연평도 도발 직후 제안한 한일연합 군사훈련 같은 본격적인 군사협력으로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본 군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인들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양국 정부와 국민 사이에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