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해 “대포폰 의혹 등을 덮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하며 17, 1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모든 상임위 일정을 거부했다. 청목회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19명, 민주당 15명, 자유선진당 1명, 민주노동당 1명이다. 한나라당 의원 수가 민주당보다 많은데도 ‘야당 탄압’ 운운하며 국회의 예산과 법안 심의를 볼모로 잡은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청목회는 상당수 국회의원을 면담해 청원경찰법 개정을 요청한 뒤 “도와주면 단체 차원에서 후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500만∼1000만 원을 건네받은 의원도 8명에 이른다. ‘그랜저 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검찰을 그토록 비난했던 민주당이 정작 자신들의 비리 혐의 수사에는 ‘정치 탄압’이라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18대 국회 첫해인 2008년엔 정부 여당의 미디어법안에, 2009년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예산안 처리를 저지했다. 예산안이 번번이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겨 변칙 늑장 처리되는 것이 국회의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법치주의에 따른 수사와 국민의 살림살이를 다루는 예산심사는 별개다.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예산심사를 보이콧하면서 민주당이 서민정치를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민주당은 즉시 예산심사에 참여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그제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권력으로 죽일 때 그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손이 됐다”면서 “이 정권의 영부인이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독재’ ‘이명박(대통령)-이상득(의원)-박영준(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이어지는 어둠의 삼각권력’이라는 말도 썼다.
손 대표가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전직 대통령의 비극과 현직 대통령 부부까지 끌어들인 것은 제1야당 대표의 발언으로서 격(格)과 품위를 갖추지 못했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민주당 사람들에게 투쟁하는 모습을 각인시키는 것이 당적(黨籍) 세탁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상식과 이성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에게는 실망을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