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짓말 흑색선전, 反민주·反국민으로 응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한 것은 나라의 실상을 국민이 충분히 알아야 정확한 판단과 바른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진실을 알 권리다. 정부나 정치권이 거짓말과 흑색선전을 하고, 그 진위(眞僞)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으면 국민이 판단을 그르칠 소지가 커진다. 요컨대 정부나 정치권의 거짓말과 흑색선전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반(反)민주·반국민의 죄악이다.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 감사패 받는 사진이 공개되자 “이유를 모르고 받았다”고 둘러댔다. 강 의원은 1일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보라는 요구에 그는 침묵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이 건에 대한 논란은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치고 빠지기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과 관련한 정부의 태도 역시 떳떳하지 못하다. 그동안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국정감사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속속 드러났다.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관계자가 ‘차명폰’을 만들어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네준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차명폰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재판에서 이 문제가 다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으나 법원은 부인했다. 검찰과 이 장관이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나라당 지도부조차 재수사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상황이다.

2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나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 4대강 사업은 ‘대운하 건설’이라는 억지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거짓을 사실인 양 퍼뜨리는 것은 국민의 ‘진실을 알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 국민이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거짓말과 흑색선전은 선거철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대통령선거와 총선 때마다 근거 없는 의혹을 터뜨리지만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치를 하면서 거짓말로 민의를 교란하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가로채 민주주의가 병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진실은 저절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짓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왜곡하는 행위는 국민이 나서 매섭게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서 거짓말 정치를 청산하고 참된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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