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지원 원내대표 ‘국민 우롱’ 지나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발언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중국 정부가 공식 부인한 뒤에도 박 원내대표는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그는 그제 “내가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 달을 봐야지”라고 말했다.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도리어 정부를 공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박 원내대표가 악의적 사실 왜곡을 통해 한중 외교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가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데 있다. 우리 외교부는 어제 “외교적 결례를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중국 정부에 사실상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을 제공한 공당(公黨)의 책임자가 자성(自省)은커녕 자신의 말을 세상이 잘못 알아듣기나 한 것처럼 달이니 손가락이니 하며 불가의 법어(法語)를 끌어다 대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사실상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 부주석의 발언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박 원내대표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중국 간에 심각한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사다. 중국 외교부가 신속하게 “확인 결과 그런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사안의 민감성을 말해준다.

박 원내대표는 거짓이 드러난 뒤에도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런 발언이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외교 관계를 고려해 사실과 다르게 발표를 했다는 투다. 거짓말로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도 모자라 이젠 얄팍한 말재주로 중국 정부의 진의(眞意)까지 왜곡하려는 것인가.

박 원내대표는 자신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 문제를 다루면서 저지른 불법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해석으로 천안함 폭침(爆沈) 원인을 오도한 바 있다. 그는 한중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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