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정수]학생조례 앞에 교사의 재량권은…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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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와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금지, 두발 복장 개성 존중 및 두발 길이 규제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 조례안이 경기도 의회를 통과했다. 휴대전화는 소지를 허용하되 수업시간 등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 사용 및 소지를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양심 종교 의사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고 대체과목 없는 종교과목 수강을 강요할 수 없게 했다. 자치활동 보장은 물론 학교 운영 및 교육정책 결정과정에서 참여할 권리도 보장했다.

기본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자율적인 학교교육을 주창해온 필자로서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를 시도의 조례형식으로 현 시점에 제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체계와 일선 학교의 환경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학교의 구성원은 학생, 학부모와 교사, 직원, 그리고 학교를 책임지고 경영하는 교장, 교감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으로 획일적인 교육을 하면서 지나치게 권위적인 통제가 학교문화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행정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무시할 경우 정작 의도했던 교육개혁의 모습이 아니라 교권이 흔들리는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큰 내용을 살펴보자. 체벌과 두발 길이 제한을 금지한다고 못 박은 것부터가 그렇다. 갈수록 학생 통제가 힘겨운 교실 실정을 감안하면 체벌을 없애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한정된 범위 안에서 교육적 목적의 처벌은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 체벌은 제한하면서도 체벌 시행 여부 자체는 학교장 재량에 맡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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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이나 복장 규제를 금지한 내용도 근시안적 발상이다. 학생의 개성 실현 권리를 존중하는 일도 좋지만 자칫 무절제한 학생 용모를 방치해 학교의 학습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체벌을 대체할 지도수단을 법에 명시하고 징계 종류에 출석정지(정학)를 추가하는 등 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이 학교 운영 및 교육청의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도록 한 대목도 교육당국의 발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학습이 우선이어야 할 어린 초중고교생에게 정책결정의 참여권리를 보장하는 게 그리도 시급하고 절실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은 학생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점은 학생의 세력화가 아니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지에 관해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일이다.

학생의 인권은 헌법,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그리고 시행령을 통해 보장되는 것이 맞다. 학생의 인권을 경기도 학생은 보장하고 다른 지역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시도교육청이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지역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전국적인 차원에서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좋은 교육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정치행위로서, 교원의 교육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는 이번 경기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학교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우러져 미래 인재로 키워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학교교육시스템으로 교육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비판이 학교현장의 정치화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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