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수해 지원과 대승호 석방은 별개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5:4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북한은 4일 수해 복구를 위해 쌀 중장비 시멘트를 요청하는 통지문을 대한적십자사에 보내온 데 이어 동해에서 나포한 55대승호와 선원 7명을 억류 30일 만인 어제 석방했다. 북한이 대규모 수해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대승호와 선원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대북(對北) 수해 지원과 억류 선원 석방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므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북 수해 지원을 추진하되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거부하는 당당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대승호는 북한의 경제수역을 침범해 어로작업을 하다 나포됐다. 어선의 기기 고장이나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판단 착오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사건이었다. 북한이 선원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한 달씩 억류할 이유가 없었다. 북한이 선원들을 장기 억류하면서 수해 지원을 요청한 것은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비겁한 행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북한에 먼저 수해 지원을 제의했다. 올여름 북한에 큰비가 내려 신의주와 개성 일대의 주민이 심각한 피해를 당한 것을 잘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민간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수해 지원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대승호 송환과 수해 지원이 별개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과 접촉해야 한다. 우리는 비상식량 의약품 생활용품을 보내겠다고 제의한 반면 북한은 수해 복구용 중장비까지 요구하고 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수재민에게 쌀을 보내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군사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중장비의 지원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수해 지원을 할 경우 피해지역인 신의주와 개성의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주요기사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대북정책과 관련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적절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북 수해 지원은 어디까지나 긴급 지원이다.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천안함 사건 사과를 비롯한 본질적 변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통일부는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을 사흘 동안 쉬쉬했다. 국민이 남북 간에 비밀거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만들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