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빗나간 태풍예보보다 더 위험한 안전불감증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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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에 사는 박모 씨(37·회사원)는 2일 아침 요란한 회오리바람 소리에 잠을 깼다. 출근길에 나서자 여기저기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었다. 건물 외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간판도 보였다. 길은 꽉 막혀 있었다. 박 씨는 “오후에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를 믿다가 출근길 대혼란을 겪자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2일 오전 7호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관통했다. 곤파스는 정오 이후 상륙할 것이라는 기상청 예측보다 반나절 빠른 오전 6시 반경 강화도에 도달했다. 오후쯤 비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수도권 시민들은 밤새 창문이 윙윙거리는 바람에 불안해 밤잠을 설쳤다. 아침 출근길에는 각종 시설물이 부서져 날아가는 위험한 상황도 맞아야 했다. 이 때문에 기상청 예보에 불만을 터뜨리는 시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빗나간 태풍예보 못지않게 자연재해에 대한 ‘안일한 대응’과 ‘안전 불감증’도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날 시민들 중 상당수는 막연히 ‘내 일은 아니겠지’ ‘별일 없이 지나가면 다행’이란 생각으로 무작정 출근길에 올랐다. 태풍으로 등교시간이 평소보다 2시간 연기됐지만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한 학생도 많았다. 학교 관계자들조차 ‘설마 우리 학교 학생이 다칠까’라는 생각에 등교연기 통보를 신속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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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시민 개개인과 정부, 학교 등 사회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미국은 태풍예보가 나오면 교육당국이 전날부터 학교 휴업 여부, 등교시간 같은 구체적인 결정내용을 가정에 통보한다. 기업들도 직원들의 출근을 늦추거나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일본의 경우 재해 때 비상연락망이나 대피 장소 등을 숙지하고 있는 시민이 많다.

안전 불감증은 안일한 대응을 낳고, 피할 수 있는 피해까지 발생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늘어나는 요즘 자연재해 피해는 더는 TV 뉴스에나 나오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회사원 A 씨는 이번 태풍이 왔을 때 따로 사는 80대 노모가 태풍에 떨어진 시설물 때문에 넘어지면서 골반 뼈에 금이 갔다는 전화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아침 일찍 교회 예배에 다녀오다가 일을 당했다는 어머니에게 “왜 이런 날씨에 밖에 나다니시느냐”고 짜증을 냈지만 “자식으로서 조심하시라고 전화 한 통 미리 드리지 못해 가슴이 찔렸다”고 털어놨다. 이제 자연재해는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닌 만큼 안전 의식을 생활화해야 한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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