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명환 장관 딸 특채 부적절했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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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은 2006년부터 3년간 외교부 통상 분야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뒤 올해 8월 다시 지원해 응시자 중 유일하게 5급 계약직으로 특채됐다. 특혜 의혹이 일자 딸이 응시 자체를 자진 취소하고 유 장관이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특감에 착수했다. 4년 전 유 장관이 외교부 차관일 때 딸이 특채된 경위까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장관으로 있는 부처에 딸이 특채에 응시한 것부터가 과욕(過慾)이었다. 딸이 자격요건을 모두 채우고 능력이 출중해 정상적으로 합격했다 해도 그것을 공정하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채용 과정에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다. 올해 특채 전형방법이 바뀌어 응시자격 요건이 박사에서 석사 이상으로 완화됐다. 유 장관의 딸은 석사학위 소지자다. 외교부는 “전형과 면접과정에서 장관 딸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 수가 없다”고 했으나 유 장관은 “인사라인에서 장관 딸이라 더 엄격하게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다르게 말했다. 외교부의 거짓 해명이 오히려 특혜 의혹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공무원 채용시험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특채처럼 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뽑는 방식은 특혜 소지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13년부터 외무고시 대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는 방식도 외교관 자녀들에게 유리하다는 시각이 있다. 행정고시를 변경해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5급 공무원을 순차적으로 50%까지 충원하는 방식도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연고주의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

퇴계 이황 선생은 단양과 풍기군수로 임명됐을 때 가족을 데리고 가면 고을의 재산을 축내고 관사를 어지럽힌다고 여겨 혼자 부임했다. 고위공직자라면 퇴계 선생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처신은 물론이고 가족 관리에도 남다른 모범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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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권력의 일부를 나눠 가진 듯이 특권을 누린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떠오른 중국에서도 연고주의가 만연한다. 한국도 후진국형 연고주의를 탈피해야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직에 몸담은 사람일수록 자신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페어플레이를 솔선해야 한다. 민심을 얕보는 연고주의는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정권의 실패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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