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3일 “올해부터 의무화한 이물신고제 덕분에 식품의 이물 신고가 지난해보다 6배 늘어나 식품 위생이 좋아졌다”고 자찬하는 통계를 내놓았다. 이물신고제란 식품생산업체가 소비자에게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신고를 받거나, 스스로 생산하다 문제점을 발견했을 경우 반드시 식약청에 신고토록 한 제도다.
이 같은 이물 신고의 증가는 사실 소비자 고발보다 생산자의 자발적 보고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생산자의 보고는 올 상반기(1∼6월) 1428건으로 지난해 233건보다 6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올 이물 신고 중 가장 화제가 됐던 ‘삼양밀맥스의 쥐 튀김가루’에 대해선 지난달 30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음에도 식약청이 한마디도 사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식약청은 5월 이례적으로 ‘튀김가루에서 죽은 쥐가 나온 것은 업체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식의 중간발표를 두 번이나 하는 바람에 삼양밀맥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몇 달간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 결과 ‘삼양밀맥스의 잘못은 없다’고 발표한 이후 식약청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삼양밀맥스는 “식약청 조사 당시 공장 밖의 덫에서 잡은 쥐를 솔직하게 보고했더니 이것이 마치 결정적 증거인 양 발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식품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민감하다. 2008년엔 ‘토룡빵’과 ‘쥐머리 새우깡’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모두 생산업체의 잘못인 것처럼 비난을 받았으나 몇 달 후 ‘토룡빵’은 돈을 노린 소비자의 자작극으로, ‘쥐머리 새우깡’은 생산과정에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여전히 ‘쥐우깡’ ‘쥐머리 새우깡’ ‘토룡빵’이 그대로 검색된다. 그만큼 정부당국의 말 한마디가 무서운 것이다.
식약청은 이날 이물을 자진신고한 업체를 포함해 이물로 문제가 된 307곳의 업체 명단과 상품명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한 업체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솔직하게 식약청에 고백했는데, 이렇게 자화자찬에 쓰려고 업체 이름을 공개한다면 솔직하게 말한 업체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물신고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쉬쉬하지 않고 공개행정을 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를 입수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면, 소비자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식약청의 실적 과시를 위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기업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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