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박재명]‘감사원 조사 결과도 음모’ 강연 바쁜 신상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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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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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 대표이자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신상철 씨(52)의 강연이 있었다. 청중은 50여 명이었다. 해군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연 세 번째 강연이었다. 그는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중구 향린교회, 이달 4일에는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본인의 말처럼 ‘거의 똑같은’ 강연을 했다.

신 씨는 11일 강연에서도 “천안함은 좌초 후 다른 선박과 부딪혀 침몰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달 20일 자신이 속했던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한 지 20일도 넘은 시점이다.

또 신 씨는 “만약 어뢰에 의한 폭발이 있었다면 파편이 튀어 배에 무수한 구멍이 났겠지만 없다”며 “반면 좌초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좌초 증거인 배 옆면의 긁힌 흔적이 4월 15일에는 선명했지만, 4월 30일 조사단의 일원으로 가서 봤을 때는 거의 사라졌다는 ‘증거인멸’ 주장까지 제기했다. 침몰 직후인 3월 27일 해군의 해도(海圖)에 표시된 침몰 지점이 좌초 가능성이 높은 저(低)수심 지역이라는 것도 좌초설의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긁힌 흔적’ ‘해도 표시지점’ 등 똑같은 사안에 대한 해군과 합조단의 공식 조사 결과를 보면 신 씨가 왜 그런 주장을 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해군은 “해도 문제는 한 유가족이 빼앗아 임의로 기재한 것”이라며 “해당 유가족은 해도를 빼앗은 점과 임의로 좌초지점을 표시한 점을 검찰에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합조단도 “배에 구멍이 없는 것은 ‘버블 제트’ 때문이며 배 옆의 긁힌 흔적은 인양할 때의 충격에 따른 것이지, 좌초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군 측은 “조사를 위해 와 달라고 할 때는 현장에 없더니 이제는 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신 씨는 단 하루 참석한 ‘합조단’ 경력으로 수십 명의 국제조사단이 조사한 결과를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신 씨는 “감사원의 천안함 감사 발표 역시 당국의 ‘어뢰폭발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참과 거짓의 문제이며 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조사위원’이라는 직함이 모든 조사 결과를 ‘음모’로 치부할 수 있는 권능한 자리는 아니다.

박재명 사회부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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