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괴상한 동반자’ 軍과 언론

  • 동아일보

천안함 격침사건을 놓고 민군 합동조사단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가 끝장토론을 벌이게 됐다. 세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18개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국방부가 끝장토론을 제의했고 3개 단체가 이를 받아들였다. 조사단과 맞붙을 세 단체는 이름 머리에 ‘한국’ ‘전국’이 붙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체 기자와 PD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볼 수 없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세 단체의 의혹 제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조사단 발표에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일부 기자와 국민도 의혹을 품었기에 18개 의문을 발표했다”면서 “끝장토론에서 국방부 측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한다면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아는 것은 밝히고, 추정은 되지만 증거가 없는 것은 그렇다고 설명할 것이다. 원래부터 믿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닌 한, 이성적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 언론과 군은 협조와 싸움을 반복했다. 프랭크 오커퍼 등은 이런 관계가 미국 국익에 손해를 줬다고 판단하고 1995년 ‘괴상한 동반자’란 부제를 단 ‘미국 팀’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이젠 언론검열이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국익이니 작전을 하는 군은 언론과 유사시 보도 원칙을 만들어 놓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과 언론은 너무 가까워도 문제지만 떨어져 있을수록 ‘괴상한 동반자’가 되기 쉽다. 2003년 이라크 전에서는 기자를 전투부대에 배속시키는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천안함 사건에 관해 수많은 루머가 나돌았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평소 군과의 소통이 가능해 의혹을 비교적 쉽게 풀 수 있었다. 그러나 출입기자가 없는 인터넷 매체들이 확인 안 되는 루머성 보도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TV 방영까지 검토되는 이번 끝장토론이 의혹들을 잠재우는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걸프전 후 미국의 ‘괴상한 동반자’들이 ‘신사협정’을 만들었듯이 천안함 사건을 겪은 한국에서도 언론과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유사시 보도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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