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의 異端’ 더 깊어진 김정일 세습 족벌체제

  • 동아일보

그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을 북한 권력 제2인자 자리에 앉혔다. 그를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해 위원장인 김정일을 보좌토록 한 것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독재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안착시키는 ‘집사’역할을 떠맡은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김정일 유고(有故)나 변고(變故) 상황에서 과도기적으로 최고 권력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김정은의 강력한 후견자 노릇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총리를 김영일에서 최영림으로 바꾸는 등 내각을 대거 교체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문책 성격도 있지만 개혁 성향의 경제관료 출신들을 경질하고 노동당 실세들을 내세운 것을 보면 인민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 개방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이번 인사의 핵심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족벌체제를 보위하고 강화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선포한 김정일 정권은 그때까지 김정은 권력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이번 인사는 헐벗고 굶주리는 2400만 인민의 생활수준 향상과 인권 개선과는 무관하다. 죽지 못해 사는 인민들을 더 짓밟으면서 세습왕조의 생명만 이어가겠다는 마지막 안간힘이다.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이른바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그 대표들이 모였다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민주적, 반인민적 행태가 버젓이 자행된 셈이다.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주석단에 앉아 인민대표들을 내려다보는 핵심 권력자 30여명이야말로 북한 주민에 대한 반민주 반인권의 주범집단이다.

남한 사회 내부에도 저런 집단을 끊임없이 옹호하고 두둔하는데 급급한 세력이 설치고 있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6·2지방선거를 둘러싼 온갖 억측 및 의혹 제기는 김정일 정권의 앵무새 같은 세력의 존재를 거듭 확인시켜줬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제정한 북한인권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우리 정치가 과연 제대로 된 정치인지, 우리 사회는 북한 동포들을 한 민족으로 껴안으려는 자세가 돼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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