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문길]日강점기 어느 한센병 환자의 의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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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조선을 강제로 합병한 뒤 사회정화 차원이라 하여 전국에 흩어져 살던 한센인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강제로 이주시켰다. 한센인은 육지로 도망칠 수 없고 억울하게 죽어도 아무 말 못했다.

일제는 한센인이 더 태어나지 못하도록 단종 수술을 의무화했다. 3대독자인 어느 식구는 죽어도 단종은 할 수 없다고 몸부림쳤으나 강제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일제는 한센인을 생체실험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산 사람의 배를 해부하거나 임신부의 배에서 아이를 꺼내 실험했다.

만행을 참을 수 없었던 이춘상은 부엌칼로 소록도 갱생원 원장을 살해했다. 1942년 6월 20일 원장 수오 마사키(周防正季)가 자신의 동상을 세워놓고 개막식을 가질 때 이 씨는 원장의 가슴을 찌르면서 우리말로 “너는 너무 무리하게 우리 식구를 못살게 하는구나. 이 칼을 받아라”하고 외쳤다. 일본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유명 일간지는 “일본에서 유명한 복지가 수오 마사키 원장은 조선인 흉악범 이춘상의 칼에 운명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14일은 한국에 사는 ‘한센가족의 날’이었다. 일제 통치 아래서 제 한 몸 가누기 힘들었던 한센인의 고통을 다시 생각해 본다.

김문길 부산외국어대 일본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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