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본사 임원들이 5월 초 한국의 기업 문화와 경쟁력에 대한 강의를 들으려고 한국을 찾는다. 130여 년 전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한 GE는 잭 웰치 전 회장의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세계 최우량기업이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그동안 한국을 너무 몰랐다. 한국을 배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GE 측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앞서 극복한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 전략과 오너 경영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경영론을 이끌었던 웰치 전 회장도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자가 주가 상승에만 몰두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생각”이라고 말해 경영철학이 바뀌었음을 드러냈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작년에도 투자나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했다. 이런 과감한 결정 덕분에 올해 기업 실적이 놀라보게 개선된 것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오너 경영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가정집에서 냉장고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20일 만에 21만 대의 냉장고를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전문경영인이라면 과감한 조치가 힘들었을지 모른다. 국내에서는 오너 경영체제에 대해 과도한 비판을 하는 세력도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에는 딱히 정답이 없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인도의 타타그룹같이 앞서간 기업들은 소유권이 집중돼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수 있고,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전략을 세워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지금껏 금과옥조처럼 여겨진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절대선은 아니라는 방향으로 경영의 중심이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同期) 대비 7.8%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성과로 기업 지배구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GE가 배우러 온다고 우리 기업들이 자만할 일만은 아니다. 자신보다 나은 기업의 장점을 꾸준히 배우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GE가 오늘날 세계적 우량기업으로 존경받는 것도 잘하는 기업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학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세 때문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GE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