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입체영화 ‘아바타’는 세계 영화시장을 휩쓸며 관객 수와 매출액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5000억 원을 들여 만든 이 영화가 52주 만에 벌어들인 돈은 2조 원(18억 달러)을 넘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위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아바타’로 3D 입체영화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2차원(2D) 영화를 3D 영화로 바꾸는 비즈니스가 떴다. 충남 천안에 있는 문화콘텐츠 기업 스테레오픽쳐스코리아는 일반 극장용 영화를 3D 영화로 바꾸는 기술로 번창 중이다. 올해 11편의 2D 영화를 3D 영화로 바꾸는 일감을 주문 받았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100분짜리 2D 영화 1편을 3D 영화로 완성하려면 직원 300명이 3개월간 컴퓨터작업을 해야 한다. 이 회사 직원은 지난해 초 12명에서 600명으로 늘었다. 성영석 사장은 “내년에 36편의 영화를 수주하려면 올해 안에 3100명 수준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콘텐츠산업의 고용효과가 놀랍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매출 10억 원당 6.3명에 그치지만 콘텐츠산업은 13.3명으로 제조업의 2배가 넘는다. 같은 규모의 투자를 해도 고용효과는 과거보다 떨어지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시대라지만 콘텐츠산업은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분야다. 우리 국민은 손재주가 뛰어난 데다 일을 하기로 들면 집중하는 장점까지 있어 콘텐츠산업에 잘 맞는다.
하지만 3D 영화 제작의 경우에도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한국은 인도 태국 같은 저임금 국가에 밀려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인력도 모자라지만 국내에서 콘텐츠 관련 보안이 잘 안 되는 것도 약점이다.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영화 콘텐츠가 보안시스템의 미비로 인터넷에 누출될까 봐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한국에 일 맡기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정부는 문화콘텐츠 및 미디어 분야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1만6000명씩 8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이달 9일 ‘제4차 고용전략회의’에서 밝혔다. 이 분야에는 3D 영화뿐 아니라 영화 만화 방송 같은 일자리의 보고(寶庫)가 많다. 정부와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함께 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