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建軍한다는 각오로 强軍 만들라

  • 동아일보

천안함 침몰사건은 고귀한 장병들의 희생과 군함 한 척의 손실만을 초래한 것이 아니다. 군(軍)의 긴급대응 태세와 보고 및 지휘체계, 정밀 정보탐지능력, 군 기강과 국가의 안보의식 등 대북(對北)태세 전반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침몰사건의 직접적인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대응조치와는 별개로 군을 전반적 근본적으로, 시급하게 재점검하고 보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 자위권(自衛權) 행사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것도 강한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북의 핵무기와 각종 장단거리 미사일, 생화학 무기, 18만여 명의 특수전 병력 등 비대칭전력(非對稱戰力) 앞에 취약한 상태로 놓여 있다.

최첨단 이지스함을 비롯한 해군 구축함의 수상전(水上戰) 능력은 북보다 우세하다고 하지만 게릴라식 수중전(水中戰)에서는 얼마나 허약한지를 천안함 침몰이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사건이 북의 어뢰나 기뢰 공격으로 밝혀진다면 잠수함과 잠수정 침투에 대비한 수중 탐지 및 방어능력의 획기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미군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뢰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군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조속히 보완해 강군(强軍)으로 거듭나야 한다. 천안함 사건이 북의 무력을 압도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강군 도약의 획기적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천안함 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면 그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몰라도 스스로 발밑을 파서 허물었음을 반드시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뿐 아니라 긴급상황 발생 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도 총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첫 대(對)국민담화에서 철저한 원인규명과 단호한 대처, 강군을 위한 개혁을 다짐했다. 직접적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한 대응은 이해되지만 천안함 침몰 24일 만에 담화가 나온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국가안보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한 안보의식의 강화에는 전후방이나 민군(民軍)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이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라고 본다.

군의 강한 정신력은 높은 사기와 상하 간의 기강, 건전한 안보의식에서 생성된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심어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훈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임기응변의 땜질로는 위기의 군을 바로세울 수 없다. 1948년의 시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건군(建軍)을 한다는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