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순천]핵안보정상회의가 그려낼 평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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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핵안보정상회의가 12, 13일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핵태세 검토보고서(NPR)를 6일 발표하고 이틀 뒤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신전략무기감축조약에 서명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최초의 핵안보 분야 정상회의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47개국 정상과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해 핵테러 위협, 핵물질 방호를 위한 국내외 조치, 핵안보 분야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핵테러 위협 감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무엇보다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이용 최소화와 관리 강화를 통해 북한이나 이란 같은 역외국가(outlier)와 알 카에다 등 테러집단에 대한 핵물질 방호 및 차단에 합의하고 국제공조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향후 4년 내에 모든 핵물질을 안전하게 방호한다는 목표에 따라 참가국은 각국의 이행 및 진전 상황을 2년 내에 보고토록 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핵테러 예방 및 대응 관련 경험 노하우를 참가국과 공유하고 기여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국제안보, 군축, 비확산 외교에서 위상을 제고했다. 특히 참석 정상이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키로 만장일치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핵안보 분야의 최상위 포럼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반도는 북한의 핵실험 등 핵보유 기도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있어서의 모범적 역할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이다. 제2차 회의의 서울 개최는 국제사회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가능성을 시험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번 회의와 제2차 회의의 서울 개최가 북한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라고 보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핵안보 관련 법체제 및 효과적인 핵 방호 체제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현재 2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2030년까지 19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해서 원자력 발전 비율 60%를 달성할 모범적 원전운영국임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첫 단계인 핵안보 및 핵테러 방지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었다. 다음 달에는 5년마다 열리는 NPT 평가회의가 뉴욕에서 개최된다. 2005년 개최된 평가회의는 결과문서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이번에는 핵 군축, 비확산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3개 분야에서 반드시 의미 있는 진전을 도출하기를 고대한다.

NPT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먼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조속히 발효되어야 한다. 이어 제네바 군축회의(CD)에서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 타결 협상을 즉시 개시해야 하는데 여기서 미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로서는 세계적인 핵 군축, 비확산 조치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체제를 강화하면서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고 그랜드 바겐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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