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파업 非타협’ 허준영 리더십 돋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지난해 11월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참가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다. 코레일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 등 195명을 파면 또는 해임했다. 599명은 정직(停職), 9821명은 감봉, 970명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전체 징계 대상자 1만1588명 중 92%에 가까운 1만615명에게 감봉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코레일은 재심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의 징계 수위가 다소 낮아질 수는 있지만 ‘불법파업 참여자 전원 징계’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의 반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불법파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법과 원칙을 지켰다. 허 사장은 어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공기업 노조가 명분 없는 정치성 파업으로 국가경제와 코레일에 손해를 입히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는데도 대충 넘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확실한 교훈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파업을 벌인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원칙을 지킨 그의 사명의식과 리더십이 돋보인다.

그동안 공기업 기관장들은 노조의 불법에 소신 있게 대응하기는커녕 적당히 손을 잡고 자리보전에 급급했다. 노조와 마찰을 빚으면 기관장에 책임을 물었던 과거 정권의 책임도 크다. 불법파업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끝난 사례도 많았다. 이런 관행이 반복되면서 조직의 영(令)이 서지 않았다. 강성 노조에는 ‘숫자로 밀어붙이면 결국 우리가 이긴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노조 세력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자리를 걸고 잘못을 바로잡는 기관장이 늘어날수록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래가 있다.

정당한 노동운동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기관이나 기업의 실제 주인처럼 행세하며 불법행위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일부 노조는 용납할 수 없다. 노조가 스스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기대할 수 없다면 ‘충격요법’을 쓰고 기득권을 빼앗아서라도 잘못된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공무원, 교사, 공기업 종사자 등 공공부문 노조의 일탈에 대해서는 관용이 미덕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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