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與野는 청와대에서 7시간 토론 왜 못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제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 40여 명을 백악관에 초청해 의료보험개혁 문제를 놓고 7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부통령을 비롯해 여당인 민주당 소속의 하원의장과 야당인 공화당 소속의 상원 원내대표 및 하원 원내대표, 지난 대선에서 겨뤘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여야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서로 토론 질서와 예의를 잃지 않았다.

합의는 없었지만 생각이 다른 정치 지도자들이 자리를 함께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정책연수회에 참석해 90분간 공화당 의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고, 공화당 의원 1명을 포함해 8명의 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함께 시청했다. 상원의 일자리 창출 법안 처리 때 공화당 의원 5명이 민주당에 동조해 찬성표를 던진 것도 우연이 아니지 싶다.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5일간의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어제 끝났다. 특정 사안을 놓고 정당이 이렇게 오래 의원총회를 연 것은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다. 169명의 소속 의원 가운데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를 비롯해 96명이 의견을 밝혔다. 의견 차이가 극명해 절충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5일 토론의총’은 우리 정치문화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본질과 상관없는 주장과 말꼬리 잡기 식의 공방,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빈번해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당론 변경을 위한 표결을 유보하고 해법 모색을 위해 중진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방향은 일단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앞장서는 것이 옳다.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 내 현안을 넘어 국가와 국민의 장래가 걸린 중대사인 만큼 의사결정 영향력이 가장 큰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및 계파 지도자, 그리고 야당 지도부까지 모두 청와대로 초청해 몇 시간이고 토론을 하는 모임에 박 전 대표도 동참할 수는 없을까. 미국에서는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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